11차례 협상 끝 원유가격 88원↑...흰우유 1ℓ 3000원 시대

      2023.07.27 19:56   수정 : 2023.07.27 19: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1차례의 협상 끝에 올해 ℓ당 음용유(흰우유)와 가공유 가격이 각각 88원, 87원 오른다. 지난달 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연속 10차례 결렬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지난해(49원) 보다 인상폭을 늘려 합의안을 도출됐다.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27일 열린 11차 협상 결과 협상 소위원회는 음용유용 원유기본가격을 전년대비 88원 오른 1084원, 가공유용 원유기본가격을 87원 오른 887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제 원유 1ℓ당 가격은 최초로 1000원대를 돌파하게 됐다.

생산비 반영을 이유로 협상 폭 최상단인 104원을 주장한 농가의 바람과는 달리 88원 수준에서 협상이 마무리됐다. 올해부터 도입된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따라 낙농가의 생산비가 ℓ당 115.76원 상승한 상황에서도 상승분의 60~90%인 69~104원 내에서 인상폭을 협상한 결과다. 차등가격제 도입 이전 생산비 연동에 따르면 이번 인상폭의 상단이었던 104원이 최하단이 되는 104~127원 사이에서 협상이 진행됐어야 했다.

협상 소위원회는 음용유용 가격은 생산비 상승 및 흰우유 소비감소 등 낙농가와 유업계의 어려움을 모두 감안해 인상범위의 중간 수준을, 가공유용 가격은 수입산 유제품과의 가격경쟁을 위해 협상범위(87∼130원) 최저 수준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소비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이미 2800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흰우유 1ℓ당 가격은 이제 3000원 선을 바라보고 있다. 이 밖에도 우유가 들어가는 다양한 상품군의 연쇄 인상도 예측되며 또다시 먹거리 물가를 자극하는 '밀크플레이션'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인상 이후 유제품 가격 인상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지난 7일 국내 주요 유업체 10곳에 우유 등 유제품의 소비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한 바 있다. 농식품부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원유가격이 촉발하는 '밀크플레이션'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봤다. 농식품부는 "국내 고급유를 활용하는 제품과 함량이 많지 않고, 외식업체 등에서도 멸균유 활용도가 높다"며 "원유가격 인상이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유업계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원유가격 인상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음용유에 비해 정부가 싼 값에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가공유는 우유 시장에서 5% 남짓한 비중만을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흰우유를 비롯한 딸기, 초코, 바나나맛 우유 등 일상 제품의 물가 부담을 유업계가 지게 된다는 것이다.

생산비에 증가에 못미치는 인상안을 받은 농가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용도별 가격차등제로 인해 늘어난 사료값을 온전히 보완하지 못하며 오히려 "생산하는 것이 손해일 지경"까지 놓였다고 주장한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배합사료 가격은 2020년 1㎏당 500~648원에서 지난해 6월 667~852원으로 30% 넘게 치솟았다. 2020년 1t당 348.7달러였던 조사료(목초·건초 등) 가격도 455.2달러까지 뛰어올랐다. 전년 통계를 토대로 올해 가격을 협상하는 구조상 농가는 지난 1년간 상승한 생산비를 고스란히 감내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전년대비 34% 가량 늘었지만 되레 국내 생산은 15% 가량 쪼그라들었다.
올해 5월까지 81개 낙농가가 폐업을 맞으며 오히려 생산을 포기해버리는 사례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인상안은 당초 이사회에서 최종확정을 거쳐 다음달 1일부터 반영해야 했지만 협상 타결이 지연된만큼 다음달 10일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 합의된 가격은 10월 1일부터 반영된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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