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교권보호위원회

      2023.07.30 18:05   수정 : 2023.07.30 18:05기사원문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에 그 학생을 제보하면 저만 더 힘들어질 것 같았어요."

기자가 교권침해에 대해 취재하면서 만난 중학교 교사 A씨(29)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맡은 학급엔 수업시간에 욕설을 일삼는 학생이 있었다. 면학 분위기를 망쳐 여러 번 주의를 줬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지적할 때마다 학생은 교사에게 대놓고 반감을 드러냈다. 교권침해라 생각했지만 그는 교보위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저 1년간 문제학생의 행동을 참고 참다가 휴직을 신청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둘러싸고 교권침해 문제가 이슈화됐다. 현행 교원 보호정책 가운데 하나인 교권보호위원회에 대해서도 무용론이 제기된다. 교권보호위원회는 교권을 침해한 학생을 심의해 직접 징계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전교조에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교권보호위가 교권보호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응답이 68.6%에 달했다.

교사들 사이에선 처벌이 약해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A씨는 "문제학생이 처벌을 받아도 교내봉사, 출석정지 정도"라며 "시간이 지나면 교실로 돌아올 것이고 교사는 학생과 사이가 틀어진 채로 남은 1년을 보내야 할 뿐"이라고 했다.

전교조 조사에서도 실질적 교권보호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정책 효과에 대한 불신(54.7%) △학생·부모 등 교권침해자와의 향후 관계(44.4%) 등이 이유로 꼽혔다. '교권보장을 적극 요구하면 학교에 피해를 줄 것 같다'는 응답도 33.1%나 됐다. 학부모가 악성민원을 넣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보위는 교권을 침해한 학부모에 대해 처벌도 아닌 권고 수준의 조치를 취한다.

유명무실한 교원보호정책은 학생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A씨의 지도가 먹히지 않으면 수업방해 피해는 고스란히 주변 학생들의 몫이 된다.

교원보호 정책이 미약하면 교사 혼자 버거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A씨는 지난 1년간 혼자 심리상담을 받으며 복직을 준비해야 했다. 교원보호위원회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나 누군가의 죽음이 있기 전까지 시민의 관심 밖에 있었다.
현재 있는 교원보호 정책부터 정비해야 한다.

yesyj@fnnews.com 노유정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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