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묻지마 범죄'에 정치권 대책 마련 분주…통과 가능성은?

[파이낸셜뉴스] 최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며 정치권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은 모방 범죄와 온라인상의 살인 예고 및 가짜 뉴스 유포 등 추가적인 범죄 위험도 높기에 다각적인 방면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계획이다.

4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의 처벌과 관련된 법안 4건이 발의 돼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묻지마 범죄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잇따른 묻지마 범죄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 법안 재조명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지난 2020년 사회에 대한 증오심, 적개심 등을 표출할 목적으로 한 폭행·살인 등의 범죄 가해자에게 그 죄에 정한 형의 2배까지 가중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특가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상정돼 있다.

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지난 2021년 묻지마 범죄를 법적으로 정의하고 가중처벌하는 특가법을 발의했다. 묻지마 범죄를 2인 이상의 사람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신체에 위해를 가한 경우로 규정하고,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최대 사형을, 상해를 가한 경우에는 최대 징역 15년을 구형하도록 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도 지난 7월 28일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다만 법안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법안 대부분이 상정 후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못한 상태인데다 '무차별', '신체 위해' 등이 가중처벌 요건의 의미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법사위 관계자는 "'묻지마 범죄'가 '이상동기 범죄'라고 불리는 등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 해외에서도 여전히 논쟁 중이라고 한다"며 "관련 부처에서도 모호성을 들어 해당 통계도 쉽사리 만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부연했다.

이외에 범죄 가해자를 치료감호 및 치료명령 대상에 포함해 재범을 방지하는 법안도 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지난 2021년 "묻지마 범죄는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치료를 통한 재범 방지가 필요하다"며 '치료감호 등에 간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강력 대응'에 여야 공감, 추가 입법 움직임도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묻지마 범죄에 대한 대응책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국민의힘은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정부와 함께 대책 강구에 나섰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신림역 칼부림 사건 이후 비공개 당정회의를 가지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을 논의했으며 이와 함께 온라인상의 '살인 예고글'에 대한 엄정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이날 경찰청과 '묻지마 범죄 관련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들은 범죄 대응을 위해 이날부터 2주간 기동대, 형사 등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다중 응집 장소에 대한 가시적인 위력 순찰 등 특별경찰활동을 실시한다. 백화점, 지하철역 등 250여개 주요 지점에 거점 배치를 하고 범죄 취약 장소 및 시간 등의 정보를 지방자치단체 CCTV 관제 센터와 연계해 범죄 사전 징후를 신속하게 발견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특히 모방 범죄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정부가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서대문에서 교사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치안 인력을 총동원해서 더욱더 시민안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한다"며 "속절없이 확산될지도 모르는 모방 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모방 범죄에 대해 결코 예외 없이 엄하게 처벌하고 가중처벌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계류 중인 법안에 더해 더욱 강한 처벌 규정이 담긴 법안을 준비 중이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다음 주중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등 형량을 강화한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e-mail] 최아영 서지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