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물려줄 양가 몇이나"… ‘혼인 증여 공제’ 실효성 논란

      2023.08.06 18:43   수정 : 2023.08.06 18:43기사원문

기존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늘어난 신혼부부의 결혼자금 증여세 세액공제에 대해 실효성과 사후관리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일 '2023 세법개정안'을 내놓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제확대 한도 기준은 신혼부부의 '전세보증금'이다. 일반적으로 '목돈'이 부족한 신혼부부에게 부모가 마련해주는 정착지원금에 대해 추가적인 세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취지다.



다만 그간 암묵적으로 용인해왔던 증여가 공식화됨에 따라 되레 더 많은 '비과세 증여'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주된 세액감면 항목 중 하나였던 미래 인구위기 대응분야 개편이었지만 실질적인 감세효과도 적을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도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5000만원은 과세 없이 증여가 가능했다. 여기에 결혼자금 각 1억원씩을 추가 공제하기로 했다. 부부 합산 3억원의 증여가 가능해지며 추산되는 세부담 완화 최대 액수는 1940만원에 이른다.

올해 4월기준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의 중위값은 ㎡당 638만원 수준이다. 신혼부부 선호도가 높은 89㎡(26평)를 기준으로 약 5억7000만원의 보증금이 필요한 셈이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당 442만원, 89㎡ 기준으로는 3억9000만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3.7세, 여자 31.3세, 평균 월급은 333만원이다. 별도 채무 없이 약 7년간 저축과 증여를 공제한도까지 최대로 받았다면 단순 계산으로 수도권 아파트 전세를 무리 없이 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보증금 수준의 목돈 증여는 그간 암묵적으로 행해졌고 이번 개정안에서 양지화된 것 이상의 효과를 보기에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개정안과 무관하게 자산이 있는 부모는 자녀에게 세금 없이 보증금 등 증여를 해왔다. 국세청도 그 정도 수준의 증여를 굳이 과세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음성적으로 행해졌던 혼인에 대한 지원을 양성화한 의미로 실제 세수가 줄어드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3억원으로 늘어난 증여 한도가 실질적으로는 '부자감세'를 복돋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간 일정 부분 억눌려 있던 세대 간 부의 이동이 혼인을 빙자해 상속처럼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개정안이 자산 상위 13.2%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자녀에게 1억5000만원의 부를 이전해줄 수 있는 여유 있는 부모의 수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의 200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25세 이상 40세 미만의 미혼 자녀가 있는 가구의 지난해 평균 자산은 7억6151만원이었다. 다만 부동산 등을 포함한 실물 자산비중이 5억9554만원으로 총자산의 78%를 차지했다.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이 1억5000만원 이상인 가구도 전체 가구 중 78.2%에 달하지만 이 또한 금융자산으로 범위를 좁히면 30.8%까지 좁혀진다.

우리나라 가구 자산의 평균 부동산 비중은 64.4%로 미·일 등 다른 국가에 비해서 높은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70%의 부모는 주택을 제외한 자산 모두를 증여해도 공제한도를 채우기 어려운 셈이다. 근본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화를 꾀하기보다 부모 세대의 자산을 다시 부동산에 밀어 넣는 방식이 시장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 고금리 여파로 2020년 수준에 가깝게 떨어진 전세가격은 최근 다시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나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각각 전세·매매 가격의 천장 역할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로 공식화된 공제한도가 새롭게 전세보증금의 허들을 올릴 우려도 있다.

기존 공제한도 5000만원에 추가로 1억원의 공제를 받는 조건이 '혼인신고'로 묶인 것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더 나은 조건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혼인신고를 늦추는 사례도 많다. 1~2% 이율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 전용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을 5000만원(신혼은 6000만원) 이하로 기준을 세웠다.
신설된 혼인 증여 공제가 혼인신고 전후 2년의 유예를 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결혼을 늦추고 미혼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오는 11일까지 입법예고 후 국무회의를 거쳐 9월 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적정한 중산층에 대한 지원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국회 논의하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담아 최종 국회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