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처럼 마음대로 색을 바꾼다

      2023.08.07 09:30   수정 : 2023.08.07 09: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전기연구원(KERI) 표재연 박사팀이 카멜레온처럼 색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회절격자 기술로 별도 염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빛 통과를 조절해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이 나노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 카멜레온이나 공작새에서 관찰되는 구조색의 원리를 첨단 디스플레이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다.



표재연 박사는 7일 "기판의 소재나 형태의 제약 없이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색을 정확히 구현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3D프린팅 기술"이라며 "디스플레이 장치의 정형화된 '폼-팩터(외형)' 한계를 극복하고, 형태의 다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에는 회절과 구조색 원리가 적용돼 있다.


회절은 빛이 장애물을 만나면 휘어져 돌아나가거나 구멍을 통과해 넓게 퍼져나가는 현상이다. 특히 빛은 파장 수준의 작은 미세구조, 머리카락 두께의 100분의 1~ 1000분의 1 정도의 구멍이나 틈을 만나면 회절해 경로가 바뀐다. 이때, 미세 구조에 규칙성이 있을 경우 회절에 의해 특정 파장의 빛만을 반사해 특정 색이 보이는데 이를 구조색이라 한다.

예를들어 카멜레온은 여러 색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피부의 미세구조를 바꾸면서 색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또 공작새의 깃털은 내부 미세 구조의 특징적인 배열때문에 아름다운 색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세계최고 수준의 나노 3D프린팅 기술로 고밀도의 나노선 회절격자를 인쇄했다. 3D프린팅 노즐을 마치 바느질하듯이 움직여 다리 모양의 회절격자로 여러 줄 인쇄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 회절격자가 첨단 디스플레이 분야에 활용처가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절격자 자체의 투명성으로 스마트 창문이나 거울, 자동차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미래형 투명 디스플레이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핵심 구성요소로 이미 회절격자를 활용하고 있는 증강현실(AR) 장치에도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나아가, 회절격자는 변형에 따라 다른 색상이 발현되도록 설계할 수 있어 변형 감지가 필요한 기계공학과 생의학 분야에 이용이 가능하며, 회절격자 자체로서 다양한 광 물리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전기연구원은 이 원천기술의 특허 출원을 완료했으며,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고, 수요 기업을 발굴해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 회절격자 제작 기술을 재료과학 분야 최상위급 학술지 'ACS 나노'에 발표했으며, 학술지측에서 연구성과를 인정해 표지논문으로 게재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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