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부동산 위기 증폭, 비구이위안 회사채 11개 거래정지
2023.08.13 14:46
수정 : 2023.08.13 14:46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회사채가 무더기로 거래 정지된다.
13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는 비구이위안의 ‘16텅위에02’, ‘19비디03’ 등 11개 회사채에 대해 14일 시장 개장일부터 거래가 정지된다고 전날 오후 각각 밝혔다. 거래 재개 시기는 별로도 결정된다.
거래 정지는 비구이위안의 요구다. 이 회사는 회사의 채권 지급 약정 문제에 대한 채권 보유자 회의 소집 의사를 상하이·선전 거래소에 밝히면서 거래 정지를 신청했다.
비구이위안은 회사채 거래 정지 발표하면서 2022년 말 기준 순자산은 3096억위안(약 57조8000억원), 총 지분 매각 가능 자원은 1만2083억위안(약 221조7000억원)으로, 충분한 순자산과 토지 보유량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비구이위안은 지난 10일 홍콩 증시에 올해 상반기 회사의 손손실이 450억~550억위안(약 8조2천억∼10조원)에 달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주로 부동산 산업의 매출 하락이 배경으로 제시됐다.
또 11일에는 공식 계정을 통해 고객, 투자자, 파트너에게 사과 메시지를 발표했다. 여기엔 올해 상반기 큰 손실을 예상하고 있으며, 현재도 단계적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인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약 296억원)를 갚지 못했다. 만약 30일간의 유예기간에도 채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비구이위안의 총부채는 1조4000억위안(약 255조원)에 달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비구이위안의 신용등급을 ‘B1’에서 ‘Caa1’으로 3계단 내리면서 유동성·차환 위험 고조, 상당 규모의 차환 필요성, 자금 조달 상의 제약 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디폴트 없이 버텼던 몇 안 되는 대형 건설사였던 비구이위안이 채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구이위안은 중국에서 헝다(에버그란데), 완커와 함께 3대 부동산 개발 업체로 인식된다.
중국 정부는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시진핑 국가 주석의 이념에 맞춰 최근 수년 동안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펼쳐왔다. 이로 인해 헝다그룹이 2021년 말 경영난에 빠진 후 다른 부동산 기업들도 줄줄이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후 부동산이 경기부양을 가로막는 핵심 원인으로 꼽히면서 중국 정부다 뒤늦게 ‘기 살리기’로 정책을 전환했다.
그러나 시장은 또 언제 바뀔지 모르는 정부의 정책을 여전히 신뢰하지 않고 있다. 중국 내 이코노미스트들은 오는 15일 발표하는 1~7월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을 전월 -7.9% 대비 0.21% 하락한 -8.11%로 전망하고 있다. 이 지표는 지난해 12월(누적) -10%로 최저치를 찍은 뒤 올해 2월 -5.7%로 ‘반짝’ 회복했으나 다시 4개월째(6월 기준) 떨어졌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