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현미경' 파크시스템스, 반도체→바이오 확장
2023.08.16 10:25
수정 : 2023.08.16 10: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파크시스템스는 주력 사업인 원자현미경(AFM)이 반도체 회로선폭 미세화 흐름에 따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반도체 공정에 '있으면 좋은 장비'였던 원자현미경이 지금은 '반드시 필요한 장비'로 인식이 바뀐 것이다.
파크시스템스는 지난 1997년 설립된 뒤 사물을 10억분의 1m인 나노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원자현미경 사업에 주력해왔다.
파크시스템스가 원자현미경 분야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창업자 박상일 대표가 이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권위자였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원자현미경 분야 석학인 캘빈 퀘이트 교수와 함께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자연스럽게 관련 아이템으로 창업에 나섰다.
박 대표는 지난 198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원자현미경 업체 피에스아이를 창업했다. 당시 가정집에 월세로 들어간 뒤 자동차 2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사업장으로 활용했다. 그가 창업한 피에스아이는 미국 현지에서 독보적인 원자현미경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로 성장했다.
박 대표는 피에스아이를 현지 업체에 매각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파크시스템스를 창업했다. 한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와는 다른 우리나라 창업 환경 탓에 고전하던 파크시스템스에 기회가 찾아왔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연구기관인 벨기에 아이멕으로부터 원자현미경 도입 제의를 받은 것이다. 이는 공동 개발 프로젝트(JDP) 방식이었다.
파크시스템스가 아이멕과 협력한 뒤 입소문을 타고 국내외 유수 반도체 업체들이 파크시스템스에 원자현미경 도입을 의뢰했다. 그 결과, 파크시스템스는 201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7년 동안 연평균 매출액 30% 성장을 일궜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출액 1246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326억원으로 이익률은 26%에 달했다. 시장조사기관 QY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파크시스템스는 전 세계 원자현미경 시장에서 점유율 20.3%를 차지, 18.8%에 머무른 독일 브루커를 밀러내고 처음 1위 자리에 올랐다.
파크시스템스는 앞으로 원자현미경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원자현미경 시장은 현재 연간 6000억원 가량이다. 전자현미경은 이보다 8배 정도 큰 5조원 규모로 형성됐다. 전자현미경은 독일 자이스, 일본 히타치 등이 전 세계 시장을 과점한다.
조연옥 파크시스템스 전무는 "반도체 회로선폭이 최근 3㎚ 이하로 미세해지면서 불량에 대한 이슈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럴 때 원자현미경을 적용하면 불량이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반도체 공정에서 원자현미경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와 전자부품, 바이오 등 다른 분야에서도 그동안 없던 원자현미경 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전자현미경이 주로 쓰이는 바이오 분야와 관련, 원자현미경이 점진적으로 전자현미경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파크시스템스는 이렇듯 늘어나게 될 원자현미경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회사는 현재 중국 상하이 사무소를 포함해 전 세계 11개국에 총 13개 거점을 운영 중이다. 원자현미경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현재 경기 수원 본사를 오는 2026년 상반기 중 과천에 신사옥을 구축한 뒤 이전할 방침이다.
인수·합병(M&A) 전략도 구사한다. 파크시스템스는 지난해 독일 계측장비회사 아큐리온을 인수했다. 아큐리온은 이미지 분광 타원계측(ISE)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다.
조 전무는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로 원자현미경 시장이 확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회사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