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투자시장 외국 자본 대거 이탈, 경기 부양 기대 꺼져

      2023.08.18 05:00   수정 : 2023.08.18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국에서 현지 당국의 부양 약속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경제가 침체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약속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점차 커지고 있으며 앞서 정부가 제안했던 올해 5%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 역시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외국 자본 대거 이탈, 中 부양책 부재에 실망
17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직접 수집한 자료와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투자 시장에서 해외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홍콩 증권 거래소를 경유하여 상하이(후강퉁), 선전(선강퉁) 증시에 외국인의 투자를 허용하는 교차 매매 제도를 시행중이다. FT는 해당 제도의 자료를 분석하여 지난달 24일 이후 중국 증시에 유입된 해외 자본 순유입액이 지난달 말까지 540억위안(약 9조8685억원) 가까이 늘었다가 이달 들어 급감, 현재 지난달 24일 이전과 비슷한 규모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상하이 증시의 CSI300지수도 같은 기간 약 5.7% 상승했으나 지금은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다. 또한 지난 16일 중국 외환 당국에 따르면 외국 기관 투자자들의 중국 채권 투자액은 지난달 370억위안(약 6조7617억원) 감소하여 3조2400억위안(약 592조1100억원)으로 줄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이 이끄는 공산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정치국은 지난달 24일 회의에서 하반기 경제 정책 기조를 논의했다. 이들은 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내수 확대를 강조했다. 특히 이번 회의 발표문에는 그동안 시진핑이 강조했던 투기 방지 구호인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빠졌다.

중국 증시는 회의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 등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이 나온다는 기대로 대폭 상승했으나 8월까지도 뚜렷한 부양책 윤곽이 나오지 않아 맥이 빠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유급휴가 도입 등 소비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고 아직 개혁안 마련을 위한 여론 수렴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이달 비구이위안 등 대형 개발 업체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증폭됐고,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갑작스레 정책 금리를 낮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미국 금융기업 씨티그룹의 모하메드 아파바이 아시아 거래 전략 대표는 "시장은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조치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인 정책 부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과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웨이 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중국 증시는 심리적 요인에 크게 휘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은 아주 빨리 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투자 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은행이 이달 초 아시아 펀드매니저들에게 물어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는 중국 주식들이 구조적인 하강 국면에 들어섰다고 답했다. 이는 증시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웨이 리는 최근 미 국채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위안 채권을 팔고 미 국채로 넘어가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며 이로 인한 달러 유출과 위안 가치 하락을 예상했다. 미 국채 10년물 가격은 16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지난달 금리 회의 의사록에서 추가 금리 인상 분위기가 감지되자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날 중국 내 위안 가치는 달러당 7.29위안 수준에서 거래되어 15년 만에 가장 낮았으나 다음날 인민은행이 시장에 돈을 더 풀면서 적극적은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이자 반등했다.


정부 발표에도 불안 심리 증폭...5% 성장률 달성 어려워
중국 정부는 최근 시장 불안에 대해 서방의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경제의 지속적이고 전반적인 회복은 여전히 세계 경제 성장에 있어 중요한 엔진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 상반기 중국 GDP는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해 지난해의 3% 대비 현저하게 빠르다"면서 "전염병이 발생했던 지난 3년간의 평균 성장률인 4.5%보다 빠른 속도이자 미국을 3% 이상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왕원빈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5.2%로 전망했다며 "중국 경제의 높은 수준의 발전은 견고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수의 서방 정치인과 언론이 중국의 경제회복 과정에 존재하는 단계적 문제를 확대 및 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중국 국무원의 리창 총리도 올해 5% GDP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수 확대에 중점을 맞춰 소비를 확대하고 투자 촉진 정책 및 대량 소비를 진작하며 민간 투자의 열정을 동원하고 주요 사업을 착실하게 해야한다"며 소비와 투자 촉진을 강조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중국이 더 많은 부양책을 내놓지 못하면 성장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고 본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15일 전망에서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4.9%에서 4.5%로 하향했다. 미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 역시 같은날 중국의 GDP 전망치를 5%에서 4.8%로 낮췄다. 일본 금융기업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또한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5.5%에서 5%로 낮춰 잡았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일본 금융기업 노무라도 15일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이 5%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노무라는 중국의 올해 하반기 GDP 성장률이 4.9%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위스 UBS은행의 왕 타오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도 보고서를 내고 5%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부동산 건설의 지속적 약세는 해당 산업 분야의 재고 정리 압력을 가중하고 소비 수요도 감소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남은 기간 경제 동력도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왕 타오는 "이런 시나리오에서 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디플레이션) 압력이 더 지속할 수 있다"며 "훨씬 더 강력하거나 비전통적인 경제 정책의 부활을 부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긍정적인 관측도 있다.
미 컨설팅업체 테네오의 가브리엘 빌다우 상무는 현재 중국 지도부가 경제 성장보다 국가 안보 및 기술 자립을 우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앞으로 몇 개월 안에 주택 경기 부양책을 크게 확대해 연말까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루이즈 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올해 4·4분기에 최고위급 회의가 예상된다며 더욱 확고한 정책 변화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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