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환율·韓美금리차에도… 금리 묶어둔 한은
2023.08.24 18:10
수정 : 2023.08.24 18:23기사원문
■가계대출 증가·연준 금리인상 우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원 전원이 당분간 최종 금리를 연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시장에 추가 긴축 경고를 보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과 가계대출 증가 문제를 고려한 발언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새 6조원 불어난 결과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연착륙이 내가 한은 총재가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히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을 점차 낮춰 간다는 데 정책당국과 한은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이 지난달 정책금리 상단을 0.25%p 올리며 한미금리차가 2%p로 역대 최대로 벌어진 것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밟으면 한·미 금리 차는 2.25%p까지 벌어지게 된다.
■시장선 "당분간 동결"
이런 상황에서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선뜻 올리지 못하는 건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다 금융시장 불안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제시한 전망치와 동일한 수준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외환위기인 1998년(-5.1%) 등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중국발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경기 둔화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2%로 0.1%p 하향 조정했다. 중국 부동산 리스크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면 이마저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해외 기관들은 중국발 리스크를 반영해 최근 국내 경제 성장률을 2% 아래로 낮췄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은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평균 1.9%로 제시했다. 이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성장률 통계가 존재하는 1954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1%대 저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은 빨라야 내년 2·4분기가 될 것"이라며 "금통위원들이 고려하고 있는 최종 기준금리가 3.75%라고 언급하는 점과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11월에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금리인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