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이자비용 줄이자"… 회사채 갚고 은행 대출로

      2023.08.27 18:40   수정 : 2023.08.27 18:40기사원문
대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채 시장을 떠나 은행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회사채 조달금리가 무섭게 뛰면서 은행대출이 이자비용 절감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기업, 회사채 상환하고 은행대출로

27일 코스콤체크(CHECK)에 따르면 이달 26일까지 무보증 사채(금융채 및 은행채 제외) 순상환규모는 3486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상환은 발행액 대비 기업들이 회사채 원금상환이 더 많았음을 의미한다.

연초 이후 일반 회사채 시장은 발행액이 상환액보다 큰 순발행 기조였으나 5월을 기점으로 순상환 기조로 돌아섰다.
이후 8월까지 6월을 제외하고는 순상환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7월에만 1조2327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순상환됐다. 회사채 조달금리 상승 폭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차환보다 현금상환에 나섰기 때문이다.

회사채 시장이 부담스러워진 기업들은 은행대출로 몰리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은 대기업 집단군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기업들은 신용도가 대체로 양호한 만큼 은행대출 여력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대출 누적 순조달 규모는 4월 10조7000억원가량에서 7월 말 20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대기업 기준 은행대출 누적 순조달 규모는 올해 3월 1000억원에 불과했으나 4월 3조1000억원, 5월 3조4000억원, 6월 2조4000억원, 7월 3조8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회사채 발행이 순상환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은행을 통한 대기업 조달액은 줄곧 증가하고 있다"면서 "회사채 조달금리와 은행대출 금리와의 차이가 커진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 글로벌 금리가 높은 수준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은행권 조달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기업들이 회사채보다 은행대출을 선호하는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달 17일 기준 단기 코픽스 금리는 연 3.59%로 회사채 3년물(신용등급 AA- 기준) 금리(연 4.513%)보다 0.923%p 낮았다. 지난 3월 말 회사채(AA-등급 3년물)와 단기 코픽스 금리 스프레드가 약 0.5%p였던 점을 감안하면 스프레드가 두 배 가까이 확대된 셈이다.

■저신용 기업, 자본시장서 고금리 감수

신용도가 좋지 못한 기업들은 고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사모 회사채 또는 기업어음(CP) 시장에서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대출은 비우량 기업에 대한 여신 관리가 더 엄격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으며 건설사들의 조달금리가 치솟고 있다.

금호건설은 지난 23일 1년6개월물 사모 회사채 100억원어치를 연 9.6%의 금리에 조달했다. 에쓰지씨이테크건설도 사모채 2년물을 연 7.2~10%에, 에이치엘디앤아이한라는 1년물 사모채를 연 7.5%에 각각 발행했다.
앞서 동부건설은 7월 말 사모채 1년물(50억원)을 연 9.7%에 찍었다. LG디스플레이는 신용등급 강등 이후 기업어음(CP) 처음으로 발행 시장에 나왔다.
지난 22일 10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는데 CP 발행잔액은 연초 1000억원 수준에서 현재는 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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