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어스필드에서 심판과도 싸워 이긴 류현진, 그의 투구에 MLB가 충격받은 이유
2023.09.02 23:44
수정 : 2023.09.03 14: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류현진이 쿠어스필드에서도 살아남았다. 류현진은 2일 오전 9시40분 쿠어스필드 콜로라도전에 선발 등판해서 5이닝 4피안타 3K 2실점의 좋은 투구를 했다. 비록 불펜진의 방화로 시즌 4승은 날렸지만, 쿠어스필드에서조차 완벽하게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투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류현진이 대단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 쿠어스필드는 해발고도 때문에 커브볼러에게 매우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브볼이 약 6cm 정도는 덜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날 류현진의 커브볼은 예리한 맛이 다소 떨어졌다. 지난 등판에서 류현진을 상징했던 공은 104km짜리 커브였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은 최대한 커브를 봉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류현진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좌타자 상대로 커브를 던지거나 기습적으로 커브를 던지는 했어도 이날 커브볼이 킬러 구종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이날 커브로 뺏어낸 삼진은 딱 1개 뿐이다.
대신 체인지업과 커터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 몬테로에게 홈런을 맞았을 당시에도 체인지업을 연속 4개를 던지다가 홈런을 맞았다. 류현진 나름대로 쿠어스필드에서 적응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인 것이다.
이런 피칭 디자인이 가능한 것은 류현진이 3가지 구종을 모두 잘 던질 수 있기 때문에 타자들의 노림수를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 어떤 타자도 류현진에게 노림수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이 빠르지는 않지만, 4가지 구종이 모두 수준급의 제구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볼 배합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은 류현진이 대단한 이유다.
또 하나 류현진을 상징하는 것은 정신력이다. 류현진은 한화 시절에도 고독한 에이스 역할을 했다. 그런 만큼 정신적으로 강직하다. 지난 3경기에서 야수가 연속 실책을 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날은 앙헬 에르난데스 심판의 심판 판정과도 싸워야 했다.
4회말 1사 1루에서 7번 놀란 존스에게 3-2에서 던진 포심은 스트라이크 사각형을 정확하게 통과하는 공이었다. 아슬아슬도 아니고, 정확하게 통과하는 공이었는데도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하지 않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다음 타자는 2회에 홈런을 허용했던 8번 몬테로. 하지만 류현진은 몬테로를 상대로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 했다. 이는 플렉센과 매우 대조되는 부분이었다. 플렉센은 다음 회에 자신이 원하는 공이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지 않자, 곧바로 다음 공에 투런 홈런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류현진과의 결정적인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쿠어스필드에서 선발 투수 류현진이 5이닝 2실점 한 것은 (다른 구장에서) 7이닝 무실점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류현진이 6회에도 계속 던질 수 있었지만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충분히 쉰 불펜 투수들을 기용했다"고 전했다.
경기장에 따라서 피칭 디자인을 달리 할 수 있는 변화구 구사 능력, 어떤 심판을 만나도 자신의 공을 던지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공을 더 빠르고 강하게 보이게 할 수 있는 능력, 스치기만해도 넘어가는 괴수들을 상대로 노림수를 완벽하게 봉쇄할 수 있는 피칭 디자인. 이는 류현진이 특별한 이유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의 투수는 MLB에 사실상 류현진 하나 뿐이다. 그의 투구에 MLB가 충격받은 이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