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찾아 삼만리'...보험사 찾는 차주들, 본격 풍선 효과
2023.09.06 17:02
수정 : 2023.09.06 17:02기사원문
■ 보험사 가계대출 4조 늘어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보험회사 대출채권 잔액은 273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72조4000억원)보다 7000억원 늘었다. 이중 가계대출이 13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말 대비 3.24%(4조2000억원) 늘어났다. 같은기간 기업대출 잔액이 2.31%(약 3조3000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급전’ 수단으로 쓰이는 보험계약대출이 68조9000억원으로 7000억원 늘었다. 보험계약대출은 그간 납입한 보험료를 담보로 일으키는 대출로 DSR 산정 대상이 아니다. 또 별도의 심사가 존재하지 않아 신용도가 낮거나 은행 이용이 어려운 차주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같은 맥락에서 DSR 규제에 포함되지 않은 예적금담보대출의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할 때 예금을 깨지 않은 채 예·적금 잔액의 95~100%까지 대출할 수 있는 예담대는 매달 내는 이자만 DSR 산정에 포함된다. 대출금리도 신용대출보다 저렵하다. 통상 예담대 대출금리는 해당 수신 상품 금리에 연 1~1.5%p를 더한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 7월 말 예담대 잔액은 2조543억원으로 집계돼 올해 1월(1조8716억원)보다 1827억원 늘어나며 2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전월보다 439억원 감소한 올해 3월(1조8482억원) 이후인 4월(1조8691억원)부터는 4개월 연속 상승하며 최근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시장 꿈틀...불어나는 가계대출
이같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대출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1112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매물 수가 7만채를 넘어선 건 2020년 9월 집계 이래 처음이다. 보금자리특례론, 50년 주담대는 물론 예담대 등이 DSR 규제를 피한 결과다.
일례로 올해 초 경기도 남양주에서 7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한 채 구입한 임성현(31)씨는 주거래은행으로부터 주담대는 최대 3억원까지만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S생명보험사에서 1억10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고, 잔금과 중개료를 내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200만원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 ‘영끌 내집 장만’에 성공했다.
금융당국은 DSR 우회 차단을 위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 8월 30일 금융위,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인터넷은행, 상호금융조합 관계자가 모여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DSR 산정 기준과 관련된 의견을 주고받았다. 당국이 최장 만기시한을 40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자 은행권이 수긍한 것으로 알려진만큼 대출 풍선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IBK기업은행, 삼성생명·화재, NH농협은행 등 일부 금융회사들은 당국 규제에 앞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없앴다. 이에 ‘막차’를 타기 위한 차주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50년 만기 주담대 신규취급액은 3조423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7월 신규취급액 1조2811억원보다 260%가량 늘어난 수치다.
mj@fnnews.com 박문수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