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태양광업체들 파산 위기...中 모듈 재고만 2년 수요규모
2023.09.12 04:34
수정 : 2023.09.12 04:34기사원문
유럽 태양광 업계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고, 탄소배출도 줄이려는 유럽연합(EU)의 계획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임을 예고했다.
태양광 발전 확대를 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모듈 수입이 봇물을 이루면서 심각한 비용 압박을 받아 유럽 업체들이 파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자립 대신 중국 의존도 심화를 부를 것이란 경고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태양광업체들 모임인 '솔라파워 유럽'은 11일(이하 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유럽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중국 모듈 업체들로 인해 유럽 태양광 업체들이 파산위기에 몰렸다고 호소했다.
솔라파워유럽에 따르면 올들어 태양광 모듈 가격은 극심한 경쟁과 막대한 재고로 인해 평균 25% 넘게 폭락했다.
서한에서 유럽 태양광 업체들은 막대한 재고에 시달리는 업체들이 대대적인 가격인하가 불가피해 결국 파산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솔라파워유럽은 태양광 셀에 사용되는 잉곳(주괴) 생산업체 노르웨이크리스털이 이미 지난달 파산했고, 또 다른 노르웨이 업체인 노르선 역시 올해 말까지 생산을 중단하기로 이달 결정했다고 밝혔다.
EU는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공급의 45%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 속에 태양광 발전을 최대 에너지 공급원으로 삼기로 한 바 있다. 유럽의회에서 승인도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국 의존도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태양광 발전 공급망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재생가능에너지, 태양광 발전을 강화할 수록 중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태양광 발전 제품들은 EU의 태양광 발전 장비 수입의 약 4분의3을 차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대한 석유의존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달은 유럽이 태양광 발전으로 전환하면서 이번에는 중국에 의존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U는 태양광 모듈 공급망을 역내에 구축한다는 목표지만 중국 제품과 가격 경쟁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솔라파워유럽에 따르면 유럽내 태양광 모듈 생산비용은 현물가격의 2배가 넘는다.
EU의 정책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EU는 앞서 지난 2012년 중국산 수입을 규제했다. 중국이 태양광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수입을 억제했다.
그러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 2018년 규제를 철폐했고 이후 중국 제품 규제는 하지 않고 있다.
스위스 마이어 버거, 독일 헤커트솔라 등 40여 태양광 업체들이 이날 별도로 서명한 서한에서도 중국의 위협이 강조됐다.
이들은 현재 유럽 창고에 쌓여 있는 중국산 태양광 발전 부품 재고가 유럽 연간 수요의 2배를 웃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중국 업체들이 유럽시장에서 덤핑을 하고 있다면서 현물 가격을 계속해서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