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에도 원천징수는 꼬박꼬박...근로소득세 비중 17.8%
2023.09.20 05:00
수정 : 2023.09.20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18일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펑크' 규모는 51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예상보다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주 요인이다. 반면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19일 국세청에서 받은 ‘월별 세목별 세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7월까지의 누적 근로소득세입은 37조원으로 전년 동기 36조9000억원보다 1000억원 정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물가 상승에 따라 세입 규모 자체는 순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여타 세목이 쪼그라드는 동안 홀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 7월까지의 예산 대비 결손 세수액은 43조4000억원이다.
주범은 법인세와 양도세다. 기업실적 악화의 영향으로 법인세 신고분은 전년(55조4000억원) 대비 19조1000억원(36.3%) 감소했다. 지난해의 초과세수의 주요 원인 역시 법인세였던만큼 기저효과의 영향도 있지만, 양도세와 동반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경기 침체의 여파가 크게 나타난 셈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부동산 시장도 침체가 지속되자 양도세는 전년(20조7000억원) 대비 11조1000억원이 줄었다. 전년동기 대비 53.6% 감소한 수치다.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등 2개의 세목이 30조2000억원, 전체 세수결손의 70%를 차지한다.
소득세를 따로 떼놓고 보더라도 7월까지의 누적 소득세 감소(12조7000억원)는 87%는 양도세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영업자와 개인사업자 등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도 12조4000억원으로 전년(14조8000억원)보다 2조4000억원(16.2%)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결손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꾸준하게 직장인 월급에 부과되는 근로소득세다. 7월 당월 기준으로도 5조8000억원이 걷혀 전년동월(5조5000억원) 보다 2000억원 정도 더 걷혔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말 근로소득세는 작년보다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납부 인원으로 봐도 일부 직장인에 대한 세부담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2021년 귀속분 기준 연말정산에 따르면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는 704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35.3%는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역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며 취업자가 증가한 데다,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이 오른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기업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기재부 모두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내년 정부 예산안 역시 지출을 2.8%수준까지 끌어내린 '긴축 재정'이다. 올해 감소한 법인세가 내년에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서다. 결국 근로소득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법인세 비중이 줄며 내년 근로소득세의 국세 비중은 17.8%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고 의원은 “경기악화와 감세정책의 영향으로 법인세, 양도세, 부가세 등 세수가 줄줄이 쪼그라들었는데, 유리지갑인 직장인이 낸 세금만 증가하고 있다”며 “과세 속도에 정작 브레이크가 필요한 이들은 대기업이 아니라 직장인”이라고 설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