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100년된 문화재 옆 고층 빌딩… 서울서도 가능한 모습"
2023.09.21 14:00
수정 : 2023.09.21 18:49기사원문
미국인들에게 국보급으로 인정 받는 그랜드센트럴 터미널에서 불과 30m 거리에는 높이 335m, 93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원밴더빌트이 지난 2020년에 준공돼 신구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20일(현지시간) 그랜드센트럴 바로 옆에 우뚝솟은 주상복합건물 원밴더빌트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본 뒤 100년이 넘은 철도역 그랜드센트럴과 조화를 이룬 모습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오 시장은 "우리나라 같으면 그랜드센트럴 자체가 문화재이기 때문에 이런 주상복합 건물을 옆에 지을 수 없어 좌절을 하게 된다"며 "원밴더빌트를 건축계획을 심의할 때 문화재보호담당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그랜드센트럴에 존경하는 마음을 남기면 어떤 것도 좋다'고 했다는 게 굉장히 마음을 파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랜드센트럴의 또 다른 옆쪽은 높이 500m, 83층 규모의 175파크애비뉴 프로젝트가 조만간 첫 삽을 뜬다. 뉴욕은 도심개발을 위해 개발권양도제의 일환인 '공중권'을 도입해 지으려는 건물 주변의 낮은 건물의 공중권을 사서 법적으로 허용된 높이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75파크애비뉴 프로젝트는 그랜드센트럴의 공중권을 획득해 추진됐다.
오 시장은 "실제로 존경의 마음을 표하기 위한 재질과 디자인을 반영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개발 방법론을 제시한 이곳 사람들의 혜안을 볼 수 있었다"며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규제를 만들어놓고 금과옥조처럼 지키는 것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냐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밴더빌트 설계사인 KPF는 건물 외벽의 아래 부분을 치마를 들 듯 살짝 올린 형태로 디자인 한 뒤에 개방감이 커진 로비공간과 그랜드센트럴을 시각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또 도기(테라코타) 재질의 그랜드센트럴과 원밴더빌트가 너무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세라믹 재질을 활용했다.
오 시장은 "엔지니어링 기술만 발달하면 얼마든지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가로막혀 있다"며 "뉴욕의 개발 사례를 통해 느낄 것은 느끼고 배울 것은 배워야 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전날엔 미국 뉴욕 주요 도심 복합개발 현장을 방문해 오는 2025년부터 동서울터미널을 시작으로 서울의 도시공간을 본격적으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동서울터미널 지하 3개층에 버스가 계속 들락날락 할 거고, 그 공간 위에는 상업공간으로 스타필드가, 그 위에는 이마트 본사 사무실이 들어간다"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빌딩숲 속에 많이 만들어 늘 녹지 공간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고, 옥상에서 경치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동서울터미널은 1987년 문을 연 뒤 35년 간 운영하면서 시설 노후화, 주변 교통난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서울시는 동서울터미널을 최고 40층 높이의 광역교통 중심 복합공간으로 바꿀 계획이다.
오 시장이 동서울터미널 개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방문한 허드슨야드는 맨해튼 서쪽 허드슨강 공원 일대 입체복합단지다. 기존 낡은 철도역, 주차장, 공터 등 부지를 재개발한 것으로 빽빽한 빌딩숲 아래로 30개의 철로를 통해 열차가 지나다니는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빌딩숲이 공중에 떠있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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