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팹리스가 먼저 연락"… 몸값 높아진 국내 반도체IP기업

      2023.09.25 05:00   수정 : 2023.09.25 18:02기사원문
세계 모바일 반도체 설계 분야의 독점 기업인 영국 ARM이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들이 설립한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들이 잇단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높은 기술 장벽 등으로 ARM, 시높시스, 케이던스 등 글로벌 업체들이 장악한 반도체 IP 시장에서 국내 IP기업들이 삼성전자, TSMC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어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 "韓의 ARM 꿈꾼다"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IP업체 중 최초로 코스닥에 입성한 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26일 상장 1주년을 맞는다.

또다른 국내 IP업체인 퀄리타스반도체는 내달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등 국내 반도체 IP업계가 본격 개화하고 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퀄리타스반도체 모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협업 생태계인 'SAFE IP'의 파트너사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내년께 TSMC의 IP협력사로 합류가 유력하다.

반도체 칩은 수많은 IP의 집합체로 새 반도체를 설계하고 양산하기까지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이 때문에 반도체 설계회사인 팹리스가 모든 IP를 개발할 수 없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IP업체가 구축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매해 사용한다.

IP는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팹리스 등에 앞서 시스템반도체 최전선에 위치해 '칩리스(칩이 없는)'로도 불린다.

현재 글로벌 IP업계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소유의 ARM을 비롯해 미국의 시높시스와 케이던스 등 3사가 전체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IP사업은 기술 장벽과 기존 고객사와의 신뢰 등 문제로 최초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일단 라이선스를 판매하고 나면 락인(Lock-in·고착) 효과가 나타나 지속적인 거래로 이어지기 쉽다. 고객사마다 새로운 IP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상품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매출이 이뤄져 원가를 수반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 IP업계 관계자는 "팹리스나 디자인하우스, 세트 업체 등에 아키텍처(설계) 라이선스를 판매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정도 받고, 또 이들 IP가 적용된 반도체가 판매될 때마다 로열티를 계속 받을 수 있어 일단 고객사로부터 기업의 존속성을 증명하고 신뢰를 확보하면 높은 마진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벌써부터 트랙레코드(수주이력)를 보고 해외 팹리스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 등 충분한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AI·미세공정의 열쇠'공들이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를 추격 중인 삼성전자도 반도체 IP파트너십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기준 56개 IP파트너와 협력해 4000여개의 IP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때와 비교하면 파트너 수와 IP 수가 각각 3배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반도체 경쟁, 미세공정을 기반으로 한 TSMC와의 파운드리 경쟁 심화 등으로 삼성전자의 IP 파트너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반도체 IP시장 규모가 2019년 39억달러(약 5조2123억원)에서 2025년 102억달러(약 13조6323억원) 수준으로 연평균 16.8%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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