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도 용돈 주세요"...청년들 노는 동안 노인들은 일터로

      2023.09.28 14:30   수정 : 2023.09.28 14: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추석을 앞두고 대학생 자녀, 혹은 손자·손녀를 둔 가정의 '눈치 싸움'이 한창이다. 인터넷에는 'MZ세대에 해서 안되는 질문' 목록이 돌아다닌다. A씨(53세)는 "졸업을 유예해 둔 자녀에게 부담이 될 까봐 미래 관련해서 묻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아직 정규직 취업을 하지 못한 이들의 마음도 무겁다. B씨(23세)는 "일반 대기업 사무직은 경쟁률이 수백대 일에 이른다"며 "눈을 낮춰 취업해도 주변에서 인정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집안에서 받는 '눈칫밥'도 취업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다.

지난달 고용률이 63.1%로 1982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용돈신세'를 면치 못한 청년들의 숫자는 여전히 높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오히려 6070 연령층의 '노인가장'이 크게 늘어난 반면 청년층 자립도는 하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일주일 가까운 연휴 간 견뎌야 할 취업 압박도 청년층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2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013~2022년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피부양자가 있는 20·30대 직장가입자는 2013년 307만6022명에서 지난해 186만1606명으로 급감했다. 비율 상으로는 39.5%, 거의 반토막에 가깝게 추락한 셈이다.

반면 60·70대 직장가입자는 70대 이상을 포함해 2013년 50만3840명에서 지난해 105만 718명으로 두 배 넘게(108.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피부양자 여부를 포함한 조사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주체가 2030 저연령층에서 6070 노년층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동안 20대는 무려 58.1%(37만9761명), 30대는 34.4%(83만4655명)가 줄었다. 생애주기 상 사회에 진출해 본격적으로 가정을 부양하기 시작해야 할 나이가 뒤로 크게 밀려난 모양새다.

청년들의 사회 진출 시기와 함께 자립 시기도 계속해서 늦어지는 추세다. 2017년 평균 46개월 소요되던 4년제 대학 졸업 기간은 올해 기준 51개월로 훌쩍 뛰었다. 5년 새 평균으로 봐도 한 학기 이상 졸업을 늦추고 있는 셈이다. 졸업 후 취업까지 소요되는 시간 역시 10.8개월로, 사실상 4년제 대학 입학부터 취업까지 평균 5년 이상을 잡아먹고 있다.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고용시장 역시 세부 지표를 보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역대 최고의 고용률과 최저의 실업률을 이끄는 것은 노동 시장에 남아있는 고령층이다. 전월 대비 80만7000명 늘어난 취업자 가운데 과반인 45만4000명(56.3%)가 60세 이상 연령층에 속해있다.

반면 청년층 취업자 증가 폭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1월 32만1000명 늘어난데 비해 지난달에는 8만1000명까지 증가폭이 줄었다.

60세 이상 노인들을 주로 채용하는 일자리가 단기·단순 노동 직무인 점을 감안하면 고용률 지표 뒤에서 일자리의 질도 점차 하락해왔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 지표에서도 고용률이 호조를 보이는 동시에 '주 36시간 이상'을 일하는 취업자는 101만6000명(-6.2%) 감소했다. 반대로 36시간 미만을 일하는 단기 일자리는 184만7000명(17.6%) 크게 늘었다.

결과적으로 은퇴를 전후해 전환돼야 할 가장의 위치가 계속해서 노년층의 몫으로 남아있게 됐다. 2013년에는 20·30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736만3694명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353만8235명으로 반토막 넘게 줄었다. 은퇴한 부모가 직장인 자녀의 보험에 편입되는 사례보다 부모 세대에 의존을 지속하는 청년층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즐거워야 할 추석 연휴 역시 부모와 자식 세대 간의 '눈치 싸움'의 장으로 변모하는 추세다.
부담을 지는 쪽과 지우는 쪽 모두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김상훈 의원은“지난 10년간 청년의 구직은 어려워졌고, 어르신의 은퇴는 늦어졌다.
취업하여 가장이 되기 어려운 2030과 고령이 되어서도 일을 놓을 수 없는 6070이 함께 늘어나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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