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보다 밤이 싸고, 카드는 한두장이면 끝"..전기차 충전 '알쓸신잡'

      2023.10.01 14:30   수정 : 2023.10.01 14: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잠시 소강상태였던 전기차 구매 열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다가도 마지막까지 망설이게 되는 부분은 역시 충전의 불편함 때문이다.

대략 수십 곳이 넘는 전기차 충전 사업자들이 각각 다른 요금제와 개별 회원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는 점은, 구조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입장벽이다.

특히 최근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내연기관차 대비 비용 절감 효과가 줄어들었다는 지적들도 전기차로부터 발걸음을 돌리게 만드는 이유다. 그러나 사실 이는 표면적인 장애요인일 뿐, 많은 전기차 사용자들은 큰 불편 없이 충전하고, 많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에 대한 진실을 알고 오해를 풀어 보자
충전카드 수십장?..한두장이면 충분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전기차 충전 사업자는 대략 4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전기차 이용자들이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충전 사업자는 10여 개 사 정도이다.

여러 충전 사업자들은 대부분 자사의 회원 카드로 결제할 때 가장 저렴한 요금을 적용하고, 타사 카드를 이용하면 그보다 비싼 요금을 부과한다. 아예 회원 카드가 없으면 일반 신용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지만, 이 경우 가장 비싼 요금을 내야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가령 에버온의 급속 충전기에서 에버온의 회원카드를 태깅하고 충전할 때 현재 1kWh당 229.2원이 들지만 이를 타사 카드를 이용해 충전하면 최대 420원까지 올라간다. 거의 절반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렇다면 전기차 사용자들은 대여섯 장의 충전 사업자에 가입하고 각각의 카드를 모두 들고 다닐까? 실은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충전 사업자의 대표 격인 환경부의 경우, 다른 사업자의 충전기에서 충전하더라도 kWh당 347.2원으로 최고가와 최저가의 중간 정도 금액을 적용 받을 수 있어서다. 전기차 이용자들은 환경부에 우선 가입한 후, 자신의 동선에 있는 다른 사업자 한군데 정도에 추가로 가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환경부는 가입하더라도 자체 카드를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가입한 이후 일반 교통카드 등을 등록해 충전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앞으로는 이런 고민을 안에도 된다. 환경부가 최근 한군데 회원가입으로 모든 충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 이음' 서비스를 발표해서다. 다만 지금도 타사의 카드로 충전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로밍'이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와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충전비용 비싸다고?..조금은 과장

근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휘발윳값이나 충전비나 그게 그거가 아니겠냐는 지적들도 있다. 현대차의 최신 충전시설 이핏(E-pit)을 보면 초고속 충전기의 경우 일반 회원은 510원, 비회원은 560원을 적용받는다. 충전 브랜드 중에서는 상당히 고가다. 이러다 보니 전기차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모든 전기차가 초급속 충전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기 때문에 굳이 가장 비싼 충전 기기에 물려야 할 이유가 없다. 가령 구형 볼트EV의 경우 충전 속도가 50kWh 안팎인데, 이핏의 초급속을 이용해도 요금만 비쌀 뿐 충전 속도가 빨라지지는 않는다. 자기 차에 맞는 충전기를 이용하면 최고가를 내야 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이건 모두 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때 얘기다. 전기차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식은 거주 중인 아파트에 설치된 완속 충전기일 것이다. 이는 5~7kW로 충전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차를 쓰는 대부분 사람은 귀가해 주차한 이후 다음날 운행 하기 때문에, 밤새 완전히 충전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

아파트 완속 충전 시설의 경우 급속 보다 더 저렴한 요금이 적용된다.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아파트 완속 충전기 요금을 보면 가장 비싼 여름 겨울철 최대부하 시간대에 333.2원이다. 가장 저렴한 봄·가을 경부하 시간대에는 269.7원까지 내려간다. 이용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경부하 시간대인 오후 10시 이후에 충전을 시작한다면 계절별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완속 충전을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공격적으로 확장을 하는 대기업 충전 사업자들의 경우 아파트용 충전기 요금을 kWh 당 경우 100원대에 제공하기도 한다.

단순히 초급속 충전 요금만 놓고 전기차 충전비가 많이 올랐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다소 현실을 지나치게 과장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단 아파트 완속 충전 요금의 경우 처음 충전 사업자와 협의할 때 정해지기 때문에, 같은 사업자라도 아파트별로 모두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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