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어프리 뮤지컬 ‘합체’

      2023.10.02 16:04   수정 : 2023.10.02 16:04기사원문

공연예술계에 배리어프리 공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가을에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장애예술인 표준 공연장을 개관할 예정이어서 공연 소비자로서의 접근성뿐만 아니라 공연 생산자로서의 접근성 역시 확장될 예정이다.

뮤지컬에서의 배리어프리 공연은 다른 공연예술 장르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는데, 이는 뮤지컬의 산업적인 특성 때문이다.

공공성보다 수익성이 중요하다보니 배리어프리 공연을 위해 투입돼야 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예민한 부분은 수어통역과 대사자막, 때로는 객석조명유지 등의 서비스가 병행돼야 하는데 이는 비장애 관객에게는 공연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뮤지컬 '합체'는 배리어프리 뮤지컬의 성공적인 사례로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소설가 박지리의 동명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으로 지난해 국립극장 제작으로 초연하고, 올해 음악을 새로 만들고 작품을 업그레이드해 창작 뮤지컬 작품으로 재공연을 올렸다.

'합체'는 한글자막, 수어통역 그리고 음성해설을 포함한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진행된다. 이 공연의 차별점은 수어통역을 별도의 공간에서 따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와 같은 의상을 입고 무대 위에서 함께 연기하며 진행한다는 것이다. 음성 해설 역시 음성해설사를 드라마의 캐릭터로 설정해 음성해설과 이야기를 해설자로서의 역할로 작품 안에 녹여냈다. 즉, 배리어프리의 서비스들을 작품 안에 녹여내 ‘합체’시킴으로써 장애관객과 비장애관객 모두 공연의 몰입에 전혀 방해를 받지 않고 관람할 수 있는 형식을 만들어냈다.

'합체'가 배리어프리 공연의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박지리 작가 원작 이야기 자체가 왜소증인 아버지의 두 쌍둥이가 자신들의 키에 대한 고민을 극복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무대에 서고, 여기에 배리어프리 서비스가 공연과 결합된 형식으로 만들어낸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합체'가 이처럼 배우, 내용, 형식이 온전하게 결합된 완성도 높은 배리어프리 뮤지컬로 완성된 데는 김지원 연출가의 장애인 공연에 대한 오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합체'는 공연 자체의 감동도 크다. 왜소증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오합과 오체가 계룡산에 들어가 키가 크는 수련을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이 우화같은 이야기의 끝에 관객들은 큰 감동과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관람 후에 최근에 이렇게 기분 좋은 공연을 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관객을 행복하게 해 주는 공연이다.

더불어 요절한 원작자 박지리 작가에 대한 안타까움도 생겨났다.
그녀의 첫 소설이 ‘합체’였고, 죽기 전 마지막 소설이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었다는 것은 더더욱 안타까움을 더한다. 살아 있었다면 더 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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