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따른다' 현대차, 북미서 CCS 방식 버리고, 테슬라 충전표준 채택
2023.10.06 15:09
수정 : 2023.10.06 15: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북미 판매용 전기차에 대해 테슬라 충전방식인 북미충전표준(NACS)을 채택하기로 했다. 시장의 대세를 따르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기아 북미 법인은 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4·4분기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에 현재의 CCS 표준을 대신해 NACS 충전 단자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NACS 충전구가 장착된 전기차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있는 테슬라 슈퍼차저 1만2000기에서 고속 충전을 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현재의 CCS 방식으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서는 테슬라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도록 NACS 어댑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슈퍼차저 이용 시 테슬라 충전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현대차·기아 앱을 사용하게 할 방침이다.
NACS는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으며, CCS는 현대차·기아, BMW 등 독일차들이 적용해 왔다.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800V 전압으로 초고속 충전이 되도록 설계돼 테슬라 슈퍼차저를 이용하면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있다. 테슬라 충전시스템 접속시, 차량 재원 및 운행 등에 대한 상세 정보는 물론이고 충전소 사업의 주도권을 테슬라에 그대로 넘겨줄 수 있다는 점에 다수의 완성차들이 NACS 적용을 주저했다. 현대차, 기아, BMW 등 7개사가 지난 7월 이른바 '북미 충전동맹'을 결성한 것도 이런 점들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2개월여 만에 북미에서 CCS를 버리고 NACS 충전 방식을 채택하기로 한 것은 테슬라의 NACS 방식이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충전소 인프라 확보는 판매와 직결된 문제다. 이로 인해 지난 9월엔 혼다가 NACS 방식에 합류했으며, 이에 앞서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NACS로 갈아탔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테슬라 슈퍼차저는 미국 내 전체 급속충전기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점유율은 더욱 빠르게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시장이 국내를 제치고, 현대차그룹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만큼, 테슬와 충전 인프라 사업을 둘러싼 자존심 대결보다는 전기차 판매확대라는 실익에 주목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테슬라와의 협업은 우리 전기차 고객이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는 데 있어 기념비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이번 동맹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고객들이 쉽게 충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북미지역과 달리 국내와 유럽 등지에서는 현재의 CCS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