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 31만명, 번 돈보다 갚아야 할 빚 더 많다
2023.10.23 18:38
수정 : 2023.10.23 18:38기사원문
23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은행의 '취약차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구간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차주의 평균 DSR은 67.1%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리가 치솟았던 2012년 3·4분기 이후 최고치다. 3년 전인 2020년 2·4분기(62.3%)에 비해서는 4.8%p 오른 수준이다.
주거비, 통신비 등 최소생계비를 고려하면 이미 한계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업계에서는 통상 DSR 70%를 넘기면 한계차주라고 본다. 이에 해당하는 취약차주만 48만명이다.
번 돈에 비해 갚아야 할 빚이 많은 이들은 31만명에 달했다. DSR 100% 이상인 차주 수는 31만명으로 3년 만에 약 3만명이 늘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1억6764만원으로 전체 취약차주 1인당 평균대출금 7523만원의 2배를 웃돈다.
빚 부담은 커져 가지만 주머니 사정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여윳돈)은 383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4만3000원)보다 2.8% 줄었다. 이는 해당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06년 이후 17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고금리에 이자부담이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2·4분기 가계의 이자비용은 월평균 13만1000원으로 전년동기(9만2000원)보다 42.4% 증가했다.
DSR 비율이 높은 취약차주가 금융시장의 '약한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햇살론 등 취약차주를 위한 정책서민금융을 강화하고 채무재조정을 통해 부실이 전이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2·4분기 기준 취약차주 대출잔액은 95조2000억원으로 가계대출 총액의 5.2%, 차주 수 기준으로는 전체의 6.4%를 차지한다.
mj@fnnews.com 박문수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