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전 총리 쓴소리 회자, 중국 당국은 '광장 무'까지 통제

      2023.10.29 14:37   수정 : 2023.10.29 14:37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각계의 관심을 끌었지만, 향후 중국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 당국이 시민과 네티즌의 추모를 통제한데다, 리 전 총리가 실질적인 권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설명됐다.

29일 대만 자유시보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를 인용, 딩슈판 대만 정치대 명예교수가 “시진핑 시대에 (리 전 총리의) 영향력은 전혀 없었다”라며 “공치(共治)는 과거 중국 공산당의 관례였지만 시 주석은 총리 권력을 완전히 제거했으며 동시에 리커창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큰 왕치산 전 국가부주석을 영입해 부패 척결에 나섰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쑨윈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도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리커창은 재임 기간 동안에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라며 “사후 영향력은 더욱 미미할 것이며 현재 중국 정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여전히 리 전 총리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자유시보는 중국 당국이 이달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 중국에서 공개 활동을 금지하고, 대학 동아리 활동을 모두 취소시켰다고 전했다. 또 이른바 ‘광장 무’(주로 여성 중·노년층이 공터나 공원에 모여 춤을 추는 중국 거리 문화)도 불허했다고 부연했다. 자유시보는 “톈안먼 사태 재발을 우려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리 전 총리가 유년기를 보냈던 안후이성 허페이시 훙싱루 80호 골목만 시민들에게 개방해 조문객을 받고 있으며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SNS), 관영 매체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관측통들의 말을 빌려 “중국 당국이 리 전 총리의 사망한 지 10시간이 지나서야 공식 부고를 발표한 것은 베이징 고위층을 놀라게 했다는 의미”라며 “관영 언론이 부고를 준비할 겨를도 없이 짧은 사망 소식을 먼저 알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리 전 총리의 ‘쓴소리’는 온라인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양쯔강과 황허는 거꾸로 흐를 수 없다”(長江黃河不會倒流), “6억명의 월수입은 1000위안(약 17만원)이며 도시에서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 天在看) 등 리 전 총리 생전 발언을 공유하며 그를 추모하고 있다.

한편 중국 당국은 리 전 총리가 심장마비로 지난 27일 0시 10분께 상하이에서 숨졌다고 발표했다. 자유시보는 리 전 총리의 시신이 같은 날 오후 전용기로 베이징에 도착해 교통 통제 아래 인민해방군 총의원으로 옮겨졌으며 일주일 안에 베이징 서쪽 교외의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 공동묘지'에서 추모식이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바바오산 혁명묘지는 고 장쩌민 전 국가 주석이 화장된 곳이기도 하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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