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덕에 탄력 받은 경기…짓눌린 소비, 투자부진 변수

      2023.10.31 16:37   수정 : 2023.10.31 16: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통계청이 10월 31일 공개한 '9월 산업활동동향'의 성적표는 예상외로 좋았다. 생산, 소비, 투자가 '트리플 증가'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생각보다 긍정적"이라고 했다.

생산, 소비, 투자 대표 지표가 2016년3월 이후 90개월만에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생산과 지출 측면의 지표는 2020년 3월 이후 39개월만에 모두 개선됐다.
기재부가 "최근 수출개선 흐름과 함께 경기 반등조짐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한 주요 근거다. 하지만 경기선행지수들은 여전히 좋지 않다. 국내 기계수주는 전월 대비 감소했고 건설수주 부진도 지속 중이다. 소매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재화부문 소비는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고금리·고물가 지속으로 소비심리는 악화하고 있다. 중동 사태는 통제불가능한 대외변수로 한국 경제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반도체에 기댄 산업생산 호조

통계청 김보경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이날 산업활동동향 브리핑에서 "광공업 회복세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광공업 생산은 지난 8월 전월 대비 5.2% 증가했고 9월에는 1.8% 늘어났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8월엔 마이너스(-)0.7%였지만 9월은 3.0%였다.

광공업 생산 호조를 이끈 것은 반도체 생산이다. 9월 D램, 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이 12.9%, 반도체조립장비 등 기계장비가 5.1% 늘었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 8월 13.5%에 이어 2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다. 두달 연속 이같은 증가세를 보인 것은 14년7개월만이다.

김 국장은 "9월은 제조업 중에서도 수출 증가율이 15.7%로 상당히 높았고, 반도체는 가중치로 봤을 때 20%를 차지한다"며 "반도체 수출의 큰 폭 증가가 8, 9월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반도체 호조가 이른바 정부의 경기흐름 전망인 '상저하고(상반기 보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가 궤도에 올라섰다는 주요 근거다. 기재부 이승한 경제분석과장은 "반도체 출하가 65.7% 증가했는데 산업활동동향이 집계된 198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라며 "11월1일 발표되는 10월 전체 수출도 플러스 전환이 유력하다"고 했다.

전산업 생산 중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보다 0.4% 증가하면서 4개월 연속 증가했다. 도소매(1.7%), 운수·창고(2.2%), 숙박·음식점(2.4%) 등에서 늘었다. 예술·스포츠·여가(-4.2%), 정보통신(-0.7%), 협회·수리·개인(-1.9%) 등에서 줄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는 음식료품과 화장품 등에서 판매가 늘면서 전월보다 0.2% 소폭 증가했다.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2.3%)와 의복 등 준내구재(-2.8%)에서 판매가 줄었고,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3%)에서 판매가 늘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8.7% 늘면서 지난해 8월(8.9%) 이후 1년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7.3%)와 항공기 등 운송장비(12.6%)에서 투자가 모두 늘었다.

짓눌린 소비, 경기선행하는 투자도 부진

소매판매까지 포함해 트리플 증가를 보였지만 향후 경기흐름의 변수는 고물가·고금리에 짓눌린 소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9월 산업활동동향지표만으론 경기반등 신호로 보기 어렵다"며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정도인데 물가, 금리에 부담을 느낀 소비 부문에서 연말효과가 얼마나 나타날 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9월 소매판매는 0.2% 증가하면서 3개월만에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3·4분기 기준으로는 2.5% 감소했다. 2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년 동기 기준으론 6분기 연속 감소세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5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감소폭인 2.7%는 2009년 1·4분기(-4.5%) 이후 가장 크다. 월 단위가 아닌 좀 더 기간을 길게해서 분석하면 소비는 부진하다는 의미다.

소비심리 또한 냉랭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15~27일 국내 음식점, 주점 등 외식업체 3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는 83.85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가장 낮다. 외식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더 강하게 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선행지표로 인식되는 설비투자는 분기 기준으로 전년동기, 전분기 모두 감소세다. 3·4분기 설비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10.6% 줄었다. 전기 대비로도 3.5%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설비투자는 최근 회복흐름을 보이고는 있지만 지난해 대비로는 낮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듯한 9월 산업활동 지표도 불안요인이다. 실제 3·4분기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지수는 1.3% 줄며 전분기(-0.3%)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전년 동기 기준으로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9월에는 특히 자동차 생산이 전월대비 두달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7.5%의 부진한 흐름이다.
자동차는 반도체에 비해 고용유발효과가 큰 산업이어서 경기흐름에 그만큼 더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다 중동 불안 가중은 경기 전망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기재부도 중동 불안과 함께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 주요국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건설수주 부진, 가계부채 부담, 물가불안 등을 경기하방요인으로 꼽았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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