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부족 만성화’ 시대

      2023.11.07 18:16   수정 : 2023.11.07 18:16기사원문
'세수쇼크' 후폭풍이 거세다. 올 세수가 예측보다 60조원 가까이 비면서다. 국세 감소는 재정축소로 연결됐다.

정부는 재정투입을 줄였고 지방으로 이전되는 교부금 등은 자동 삭감됐다. 살림살이가 힘들어지자 '건전재정' 자랑은 중앙정부가 다 하고 부담은 지방이 진다는 비아냥도 속출하고 있다.
기금 여유재원이 적고 지난해 남긴 돈을 끌어다 메워도 올해 쓸 예산을 다 못 채우면서 중단되는 사업도 많다. 내년 예산도 영향권이다. 축소가 대세다.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됐고, 서울시도 13년 만에 감액예산을 편성했다.

예측은 빗나갈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례 없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돌발변수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는 급변하는 경제 상황으로 불가피하게 전망이 빗나갔다"고 한 언급은 일면 타당하다. 경기흐름이 급변하는 요즘, 1년 뒤 세수상황을 정확히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연이어 큰 폭의 세수오차를 낼 정도로 정부 실력이 변변찮다고 믿지는 않는다. 다만 '세수감소가 과연 일회성 쇼크일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세수 상황을 어둡게 보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에도 법인세가 정부 예산안보다 2조7000억원 덜 걷히면서 연간 세수부족액을 6조원으로 내다봤다. 법인세 외에 부동산 세수도 정부 예측을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5년간 세수도 31조원 적은 예측치를 내놨다. 예정처 신뢰도는 상당하다. 추 부총리도 "상당한 전문기관"으로 인정한다. 앞서 정부도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5년간 60조원 넘는 세수감소를 예측했고 올해도 5년간 3조원 넘는 감세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의 세수예측은 상대적으로 낙관적이다. 수치가 좋아야 예산편성액이 커진다. 성장률 등 기초자료는 유리한 수치를 반영할 개연성이 높다. 선거 영향도 받는다. 세금을 더 걷는 것보다 감세가 표를 얻기 쉽다. 감세로 선순환을 하면 추후 세수가 늘어난다는 논리다. 민간투자와 소비여력 확대 등을 내세우면서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가업상속공제 등의 세율을 낮춘 윤석열 정부 세제개편의 근거다. '세수펑크' 원인을 감세로 지적하는 야당에 맞서 예상 밖 경기침체와 부동산 위축 때문이라는 정부의 날 선 반박을 "틀렸다"고 단정 짓긴 이르다. 그렇지만 세수가 더 많이 감소할 것이란 전문기관들의 전망은 경고음이다.

1990년대 중반, 10년에 걸쳐 감세정책을 폈지만 실패한 일본의 사례를 주목한다.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정책 시행에도 투자와 소비심리는 살아나지 못했다. 세수감소로 되레 국가부채만 늘었다. 안정적 세수기반은 경제발전의 핵심동력이다. 우리나라 인구구조상 복지 등 재정확대가 불가피하다. 재정 역할을 외면한 채 감세만 고집하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퇴보시킬 수 있다. R&D 예산처럼 써야 할 곳에 곳간이 비어 못 쓰는 경우가 빈번해지면 어쩔 것인가. 증세를 하라는 게 아니다.
'감세=경제살리기' 프레임에 갇히면 표심은 얻겠지만 미래엔 더 많은 걸 잃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확대' 실패 사례가 있다.
세수부족 만성화 대비가 필요하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 부국장·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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