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먼저 갚았다고 3년간 9800억" 銀 소상공인·취약차주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안 나온다

      2023.11.12 14:35   수정 : 2023.11.12 14: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시중은행이 소상공인 등 취약차주에게 약정된 만기에 앞서 대출금을 갚을 경우 은행에 내는 중도상환수수료 한시 면제에 나선다. 최근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중도상환수수료 감면 관련 회의를 갖고 이달 내 발표를 목표로 수수료 감면 대상과 규모를 조율 중이다. 정치권에서 중도상환수수료 산정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논쟁이 불붙고 은행권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마련한 대응책으로, 금융당국은 일차적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및 IBK기업은행과 논의한 후 지방은행 등 타 은행으로 확대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5대 시중은행+IBK기업은행 '첫 주자'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5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 부행장을 만나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이들 6개 은행은 금융당국 지시에 따라 취약차주 대상 한시적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에 찬성하는지 여부와 구체적인 이유 등을 담은 의견서도 은행연합회를 통해 전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은행들과 한 차례 회의를 해서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며 "예를 들어 대면과 비대면대출 수수료를 어떻게 차별화할지, 취약계층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부담을 줄일 것인지 등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의견서에 한시적 면제에 대해서 찬성인지 반대인지와, 범위를 어떻게 하고, 불가하다면 왜 불가한지 의견도 함께 썼다"고 전했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가 유관기관과 개최한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에서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중도상환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세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전체 차주의 약 6~7%에 해당하는 취약차주에 대한 수수료 한시 면제 및 대폭 감면에 대해서는 은행권도 공감대를 갖고 있다.

한국은행 2023년 9월 금융안정상황 자료에 은행권 취약차주 대출잔액은 △비(非)자영업자대출 28조4000억원 △자영업자 가계대출 19조5000억원 △사업자대출 34조원 등 8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달말 1087조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취약차주 대출에 중도상환수수료를 감면해도 은행권 수수료 수익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취약차주는 소득 하위 30%·신용점수 664점이하이면서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은 이미 내년 1월까지 저신용자·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감면 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존 정책을 연장할지, 수수료 감면 대상과 규모를 더 넓히는 안을 내놓을지 포함해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당국 관계자는 "5대 은행 외 다른 은행도 참여할지 논의 중"이라며 "회의를 계속해서 진행 중인 만큼 11월 안에는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대면과 비대면 차이에 따른 수수료 차등화, 상환기간이 짧은 경우에 대해서 추가 부과하는 방안 등도 거론돼 은행들이 각 사에 맞는 방안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난감한 은행권 "취약차주가 대상이라면..."
이는 은행권 중도상환수수료 체계를 재점검하고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한 상생금융 취지도 함께 달성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은행권의 중도상환수수료 부과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비대면 대출 중도상환수수료가 대면 대출보다 더 낮게 책정되지 않는 점 △은행별 수수료 차이가 큰 점(최대 2%p) △소비자들이 중도상환수수료 산정 및 부과 방식을 알 수 없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현재 은행권은 대출실행 후 3년 이내 중도상환에 대해 가계대출 기준 연 0.5~1.5%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수수료는 0%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국내 16개 은행이 거둔 중도상환수수료는 약 9800억원에 달한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취급에 있어서 은행이 부담하는 부대비용과 대출 중도상환 시 은행의 자금 운용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 등을 고려한 수수료다. 만일 전면 면제될 경우 '조금이라도 더 싼 금리'를 찾아 무분별한 갈아타기가 일어날 소지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은행권은 '면제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취약차주에 한해 시행하는 경우 이를 반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갑질' 등 잇단 비판에 은행권은 중소기업·소상공인·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상생금융 보따리'를 자발적으로 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이자수익 확대와 수수료 감면이라는 상충하는 목표 가운데 난감한 입장을 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신용자나 취약차주 대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라면 이의가 없다.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비이자수익을 늘리라고 하면서 수수료는 자꾸 줄이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취약차주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계속 면제해주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취약차주가 상환할 수 있는 여유가 많지 않겠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은행권 자율에 맡기되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경쟁을 유도할 계획이다.

당국 관계자는 "은행권과 함께 중도상환수수료 산정·부과체계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금리와 수수료는 원칙적으로 은행 자율로 정하는 것이라서 구체적인 범위는 은행연합회 주도로 업계 스스로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신용대출 대환대출 플랫폼과 시행 예정인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의 중도상환수수료 탐색비용이 낮아지고, 은행권의 수수료 인하 경쟁도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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