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안은 노사정 대화로 넘겨…'장시간 근로' 논란 불씨 여전

      2023.11.13 18:22   수정 : 2023.11.13 18:22기사원문
정부가 8개월 만에 다시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 방향은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은채 공은 노사정 대화에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근로시간 개편 뿐만 아니라 노조 회계공시 등 노정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내년 4월 총선 전 개편은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은 장시간 근로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해 노동계가 마음을 열리도 만무하다.

정부도 이를 감안한 듯 노사정 대화 방식이나 일정 등은 제시하지 않은 모습이다.

■사회적 대화에 공 넘긴 정부

고용노동부는 13일 근로시간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방안을 노사와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3월 구체적인 입법예고안과 함께 근로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주 최대 69시간 근로' 논란이 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보완을 지시했다.

당시 홍역을 치른 고용부는 8개월 만에 발표한 이번 추가 발표에 세부 내용을 담지 않았다. '일부 업종·직종'에만 확대한다는 방향만 제시한 채 어떤 업종에 적용할지, 주 최대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3월 개편안 발표 후 '장시간 근로로의 후퇴'라는 논란이 일고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없는 '일방적 개편'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을 고려해 '사회적 대화'를 통한 추진을 강조한 모양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근로시간 제도는 물론이고 노동시간 이중구조, 저출산 고령화 등 주요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대화가 단절되는 것은 노사정 모두에 도움이 안된다"며 "한국노총이 조속히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길 바란다.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최악의 노정 관계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국면과 맞물려 근로시간 개편은 험로가 예상된다.

■"총선까지 버티기" 관측도

근로시간 제도에 대해서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그만큼 노사정 대화가 험난하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난 3월 주 52시간제 완화 방침을 발표했을 당시 노동계는 '과로사 조장법'이라고 반발했지만 경영계는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 6월 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중단한 이후 노사정 대화가 중단됐다는 것도 문제다. 노사정이 함께 대화 테이블에 앉을 명분조차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말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노·정 관계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정부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총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근로시간 개편이 확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실태조사와 노사정 대화를 빌미로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근로시간 개편은 입법과제로 거대야당을 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총선 전까지는 노사정 대화가 잘 흘러가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이 모두 멈춰서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앞서 보험료율 등 구체적인 '숫자'가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해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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