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아진 지갑에 찾는 건 '가성비'… 렌털 가전·소형車 선호

      2023.11.14 18:10   수정 : 2023.11.14 19:05기사원문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고물가 여파에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가전·자동차 등 고가제품의 소비패턴도 바뀌고 있다. 가전 구매 시 한 번에 목돈을 지출하는 대신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 구독료를 내며 제품을 사용하는 '렌털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대형차 선호도가 높은 자동차 시장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경차와 소형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렌털·구독서비스 새 먹거리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전업계는 전통적인 제조·일시불 판매구조에서 벗어나 구독·서비스 모델을 적용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앞세워 수익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렌털 가전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구매 시 거액을 지출하지 않고도 매달 일정 금액만 내면 제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 등 필요시 주기적으로 제품 교체가 가능한 데다 제조사의 무료 케어서비스를 받아 사후관리(AS)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렌털시장 규모가 2020년 40조원에서 2025년 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전 렌털사업을 새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LG전자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대형가전뿐 아니라 △공기청정기 △의류건조기 △스타일러 △전기레인지 △식기세척기 △식물생활가전 △안마의자 등 총 17종까지 품목을 늘렸다.

LG전자는 지난해 렌털사업에서만 7345억원의 매출을 냈다. 해외 렌털 매출과 가전 관리서비스까지 합치면 8600억원에 달한다. LG전자의 2018~2022년 5년간 렌털·케어십 서비스 매출 연평균 성장률은 30% 이상이다. 올해 렌털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최소 10% 이상 성장이 목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인 4348억원의 렌털 매출을 달성하는 등 목표액(9460억원)을 넘어 1조원 달성이 가시권에 들었다.

고물가 시대에 전기료를 아낄 수 있는 고효율 가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판매한 가전제품의 절반은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또는 인공지능(AI) 절약모드 기능이 탑재된 모델이었다. 삼성전자 제품들의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모델 판매비중도 3대 중 1대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가전 구입을 보류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가전 기능이 상향 평준화된 만큼 비하드웨어 서비스가 구매결정 시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차 대신 뜨는 경차·소형차

대형차 선호현상이 강했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경차와 소형차가 약진하는 등 고물가에 따른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에서 팔린 소형차는 1만330대로 전년동월 대비 22.5% 급증했다. 올 1~10월 누적 판매대수도 11만6583대로 작년보다 16.2% 늘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실용성이 높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한 영향이다. 기아 셀토스는 올해 1~10월 4만2633대가 팔렸고 현대차 코나가 2만9386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1만9713대가 판매됐다.

경차 시장도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경차 판매량은 1만75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증가했다.
특히 경차 중에선 기아 레이가 한 달 동안에만 4824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43.4% 급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대형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7.4% 줄어든 1만3132대, 준대형차도 5.6% 감소한 1만4084대에 머물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소형차나 경차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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