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SVB 사태에 韓 역할 커진다, 이창용 총재 '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 의장 선임
2023.11.15 10:19
수정 : 2023.11.15 10: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와 같은 세계적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생겼을 때 한국의 '목소리'와 '역할'이 커지게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통상 주요 7개국(G7)이 맡았던 의장 자리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맡게 된 데다, 세계적으로 금융안정 리스크 관리가 화두인 만큼 의장국 선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3일 스위 바젤에서 개최된 BIS 총재회의에서 이창용 총재가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Committee on the Global Financial System) 의장으로 선임됐다. 이 총재의 임기는 2026년 10월말까지 3년간으로 당장 이번달부터 임기가 시작됐다.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이하 위원회)는 BIS 총재회의 산하 최고위급 핵심 협의체다. 지난 9월 기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주요 28개 중앙은행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한국은행은 2001년부터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후 2009년 11월부터 정식회원이 됐다.
위원장은 BIS 총재회의에서 선출된다. 2018년부터 올해 10월말까지 필립 로우 호주중앙은행 총재가 의장을 맡았고, 앞서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와 마크 카니 캐나다중앙은행 총재가 의장직을 수행했다. 미 연준과 일본은행 등 G7 국가에서 도맡던 의장직에 이 총재가 선출된 것이다.
최근에는 위원회 역할이 더욱 부각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SVB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크레디트 스위스(CS) 사태 등 글로벌 은행부문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데다 각국에서 부동산 경기둔화 흐름이 나타나면서 시스템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연 4회 정례회의를 열고 △글로벌 금융시장 기능 및 안정성 증진 △금융시장 구조 강화를 위한 정책 권고 △국제금융시장의 잠재적 리스크 분석 및 평가 등을 진행한다.
SVB 사태와 같은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이 발생할 경우 긴급 현안회의를 소집해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을 공유하고 중앙은행간 정책공조 방안을 찾는다. '민간부채와 금융안정' 등 조사연구자료를 발간해 리서치와 컨센서스 형성 역할도 하고 있다.
금융안정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에 더해 한국은행 금융안정 분야 연구조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금도 한국은행 직원들은 '가계 및 기업의 이자율리스크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워킹그룹', '주택리스크 완화정책 스터디그룹', '거시건전성 정책 및 통화긴축 워크숍' 등을 통해 연구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비은행 리스크 조사연구와 관리로 금융안정 정책범위를 넓히고 있는 한국은행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의장국을 맡아 금융안정 조사연구 분야가 더 강화될 것"이라며 "BIS 최고위급 핵심협의체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은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의장을 맡게 된 만큼 향후 한국은행 금융안정 정책수단을 강화할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은 금융안정국 등 조직 확대나 비은행 감독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 등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