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분쟁은 종교충돌 넘어 역사의 산물... 이슬람 고정관념 벗어난 국가전략 필요"
2023.11.16 18:24
수정 : 2023.11.16 18:24기사원문
이희수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부산파이낸셜뉴스가 16일 오전 부산롯데호텔에서 개최한 '부산 경제인 초청 특강'에서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과 새로운 중동질서 재편'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슬람 문화는 전 세계에 걸쳐 수백개의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시선도 존재한다.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다시금 중동이 국제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동지역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낙타를 타고 사막을 오가는 중동 사람들의 이미지는 이미 오래된 얘기다. 주민 90% 이상이 이미 도시에 정주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의 핵심사업인 네옴 신도시에 100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자본을 쏟아부으면서 또 한번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더 이상 중동 원유에 의존하지 않는 세계 최대 에너지 패권국으로 부상하면서 국제정세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에 있어 중동은 여전히 중요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동을 중심으로 신냉전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이 교수는 다문화와 다종교, 공존의 시대에 이슬람을 단순히 종교적 선악 구도가 아닌 우리와 협력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파트너로 인식하고 그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지금의 중동분쟁은 종교적 관점의 충돌에만 기인하지 않고 오랜 시간 쌓여온 역사와 정치의 산물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슬람을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들여다보면서 그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국가적 전략이 성숙한 국민이자 경쟁력을 갖춘 국가라 할 수 있다"면서 "문화 다양성에 바탕을 둔 공존과 협력이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덕목인 만큼 선악 구도의 종교적 도그마가 아닌 같고 다름의 문화적 시선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강연한 이 교수는 튀르키예 이스탄불대학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은 문화인류학자이자 중동 역사와 이슬람 문화에 관한 국내 최고 전문가로, 40년간 이슬람권 전역에서 현장 연구를 해왔다. 도시를 중심으로 뿌리를 내린 이슬람 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이슬람 지역의 도시 곳곳을 다니며 탐구하고 기록했다. 현재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성공회대 석좌교수와 이슬람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