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페소 대신 미국달러 쓰나...밀레이 당선자 "그렇게 한다"
2023.11.21 02:46
수정 : 2023.11.21 02:46기사원문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자인 하비에르 밀레이가 자국 통화인 아르헨티나페소를 버리고 미국달러로 아르헨티나 통화를 바꾸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음달 10일 임기를 시작해 2027년 말까지 아르헨티나 국정을 책임지게 될 밀레이 당선자는 선거공약으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철폐를 내건 바 있다.
"비료로도 쓸 수 없는 쓰레기, 페소"
20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밀레이는 남미 3위 경제국인 아르헨티나의 고질적인 하이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한 방안으로 중앙은행과 페소를 없애고 아예 미국 달러를 공용통화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방만한 통화발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143% 인플레이션을 불렀다는 비판에 대한 대응이다.
밀레이는 19일 밤 "중앙은행 폐쇄는 도적적 의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53세의 자유주의 이코노미스트인 그는 페소체제를 지속하는 것은 미친짓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대선 유세에서 "페소는 절대 안된다"면서 "그 쓰레기는 심지어 비료로도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현가능성은 '글쎄'
그러나 페소와 중앙은행을 철폐하고, 미국달러로 갈아타는 것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의회에서 좌절할 가능성이 높다.
의회는 현재 좌파성향의 페론주의당이 다수당이다. 하비에르와 연정에 나선 마우리치오 마크리 전 대통령이 설립한 중도우파 정당 '함께 변화를'은 상하원에서 소수당이다.
경제적으로도 실현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달러를 공용화폐로 쓰는 엘살바도르 같은 나라는 경제규모가 훨씬 작아 가능하지만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아르헨티나가 현재 파산한 상태여서 달러로 바꾸는데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해외시장에서 국채 발행도 막힌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서반구국장 출신인 이코노미스트 알레한드로 베르너는 "달러화를 추진하려면 자본시장에 접근해 페소 전체를 달러로 바꿔야 한다"면서 "아르헨티나는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 기업사냥꾼에 문 연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부르는 밀레이는 당선 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내걸었다.
정부를 줄여 재정지출을 감축하고, 세계 경제에 아르헨티나 경제를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석유업체 YPF를 비롯해 모든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부패 속에 국내 보호에 안주하는 국영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의 체질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경제 개방과 민영화를 내걸었다.
그러나 자칫 아르헨티나 기업들이 외국 자본의 사냥감으로 전락할 위험이 높은 방안이다.
준비 안 된 기업들이 헐 값에 외국 투자자들의 손에 들어가고, 심각한 국부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아르헨티나 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일 수 있게 된 서방 투자자들은 이같은 정책 방향에 환호했다.
뉴욕증시에서 YPF 주가는 20일 36% 폭등했고, 경제개방 호재로 성장이 기대되는 갈리치아 금융그룹은 20% 뛰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