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기업인 신뢰 찾아야" 윤석호 에띠임 中본사 사장의 제안
2023.11.25 20:41
수정 : 2023.11.25 20:41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더 중요한 것은 향후 한국과 중국의 경제 미래 관계가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양국 경제인의 신뢰를 반드시 다시 쌓아 나가야 해요. 가장 최선은 누가 먼저 다가서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먼저 실천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기업인으로서 중국에 진출한지 16년, 북경중소기업협회를 이끈 지 3년 차에 접어든 윤석호 에띠임(ETTIM) 중국 본사 사장은 한중 양국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기능성 속옷' 중국 시장 공략, 글로벌 진출
아직 한중 사이의 냉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는 만큼,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며 신뢰를 다져가는 것이 중요한 관점이고, 양국 정부도 이러한 기조에서 상대국을 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 사장은 “한중 관계는 세계적 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불확실한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경제 협력에 동력이 약해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사장이 중국 시장에서 활동한 시기는 짧게는 12년, 길게는 16년이다. 사회 초년생 때 토목공사 업체에서 현장 소장을 지내고 대형 정수기 업체에서 영업 관리를 맡기도 했으나 자신의 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2004년에 과감하게 직장을 나와 정보통신(IT) 분야에 직접 뛰어들었다. (주)알엠퍼스트를 창업해 온라인 보드게임인 게임왕과 파파게임을 오픈했다.
3년가량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14억명 내수 시장을 자랑하던 중국이 눈에 들어왔다. 절반만 게임 고객으로 유치해도 이른바 ‘대박’을 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도는 중국에도 게임 열기가 끌어 오르기 시작하던 때였다.
하지만 역시 중국은 만만하지 않았다. 영업, 마케팅, 자본금 등 모든 인프라에서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큰 기업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당시 파트너라는 업체가 알고 보니 실체 없는 사기집단이다. 낯선 땅에서, 청년 외국인이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윤 사장은 “중소기업으로서 온라인 시장에서 우뚝 선다는 것은 쉽지 않은 목표”라며 “국가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도 현실적으로 거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철수했다. 다만 끝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깝고, 동양적인 문화를 갖고 있으며, 미래 성장이 가장 클 것으로 판단은 여전했다.
이후 2011년 중국에 재진출했다. 요식업, 미용 사업 등 손 대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다. 2014년에는 한국 기능성 속옷 브랜드 ‘에띠임’을 중국으로 가져와 한국 본사와 합작 법인 형태로 설립했다.
사업을 성장시키려면 자체적인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유통망을 구축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화된 기능성 속옷은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 방문해 소비를 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 내에서 성장한 동종 업계는 모두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보했다는 것도 고려했다.
윤 사장은 “한국에서 유통하는 에띠임 제품이 중국으로 밀반입될 것을 우려해 중국에선 AIDIYIN(爱迪殷) 브랜드 이름을 쓰고 있다”면서 “현재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며, 유통망을 만들어 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에띠임 유통망을 밑천 삼아 다양한 분야에서도 중국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한반도에서 대륙으로, 대륙에서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중간 종착지가 중국이라는 취지다.
이러한 경험과 유통망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도 갖고 있다. 자신이 고생을 한 만큼 후발 주자들이 중국에서 같은 고충을 겪지 않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윤 사장은 “형성된 유통망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많은 한국 기업들에게 작게나마 기회를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낯선 타국에서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홀로 도전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므로, 훗날 이곳 중국으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가들이 시행착오 없이 정착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북경중소기업협회 회장 3년차.. 진출 기업인 고충 해결사
윤 사장이 2021년 북경중소기업협회 회장직을 수락한 것은 이러한 의식이 밑거름이 됐다. 북경을 거점 삼은 회원사 200여곳의 고충을 듣고, 해결하기 위해 중국 중앙·지방정부관계자·기업인들 만나고 다닌 지는 올해로 3년째다.
협회는 1994년 4월 창립된 북경한국투자기업협의회와 2008년 1월 문을 연 북경한국경제인포럼이 통합되면서 2014년 2월 북경한국중소기업협회로 새롭게 탄생했다. 내년이면 창립 30주년이 된다.
회원사 협력을 도모하고, 정보교류를 확대해 궁극적으로 더불어 성장·발전해 나가겠다는 창립 목적을 갖고 있다. 한중 양국의 상호 우호 협력에 기여하겠다는 것도 당연하다.
윤 사장은 “타국에서 대한민국 각 분야의 승전보를 들었을 때 재외 동포와 교민들은 같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안타까운 일도 함께 가슴 아파한다”면서 “한중 관계에 완전한 훈풍이 돌고 있지 않은 지금이 고국의 관심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부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