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하면 3.4억..월급쟁이 의사 1.8억"..정원 늘려도 '시골의사' 안해
2023.11.28 07:00
수정 : 2023.11.28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의대 정원과 의료 수가를 둘러싼 분쟁이 파업으로 치닫는 중이다. 대한의사협회가 26일 파업 찬반투표를 내세우자 복지부도 유감 표명으로 팽팽히 맞섰다. 필수·지역의료 인력 부족을 명분으로 삼은 의대 증원이 여론의 힘을 얻고 있지만 의료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한의사 포함 2.6명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인 3.7명보다 30% 정도 낮은 수준이다.
공공의료기관, 정원수 미달 '수두룩'
의료 공백 역시 체감이 가능할 정도로 발생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 가운데 정원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아예 일부 과목 진료를 쉬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제출한 ‘공공의료기관별 정원 대비 현원’ 자료에 따르면 공공의료기관 223곳 정원은 1만4341명 중 2427명은 빈 자리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비인기과'로 분류되는 응급의료·흉부외과·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 종사자도 감소 추세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의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의를 취득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의대생은 전체의 97.3%에 달했지만 26개 전문과목 중 필수의료과목은 예외없이 후순위에 머물렀다.
특히 지역의 의료공백 문제와 맞물리며 비수도권의 필수의료 비율은 폭락을 겪는 중이다. 대표적인 비인기과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년차 비율은 2014년 수도권 65.3%(147명), 비수도권 34.7%(78명)에서 2023년 수도권 90.6%(48명), 비수도권 9.4%(5명)로 10년새 두 배 이상 격차를 넓혔다.
정부는 절대적인 의사 수를 늘려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심산이다. 여론의 호응도 적지 않다. 지난 21일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정원 확대 수요 조사에서는 2025년까지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까지 증원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3058명인 현재 정원 대비 70.3∼93.1%로 두 배 가까운 증원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계산처럼 의사 수 증가가 현재의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의협 자체조사에서도 '필수의료 분야에서 진료할 용의가 있다’고 응답한 의대생은 52.8%에 불과했다. 기피 현상의 원인 1위는 ‘낮은 의료수가’(49.2%)를 꼽았다.
개원하면 3.4억..월급쟁이 의사는 1.8억
일반 직장인 대비 고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의사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일반 개원의와 필수의료 분야 의사의 소득 격차도 크다. 국세청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의료업 평균 사업소득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개원의 연 소득은 3억4200만원이다. 반면 2020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나타난 봉직의 평균 연봉은 1억8539만원으로 반토막 수준이다. 높은 연봉의 개원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지 않는 한 증원된 인력이 현재와 다른 선택지를 고를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필수·지역 의료의 진로에 유입 요인이 없다는 점도 수가 현실화에 힘을 싣고 있다. 6년간의 학부를 마친 전공의 평균 월 수입은 지난해 398만원으로 인턴부터 레지던트까지 5년간 400만원 안팎에서 고정된다. 약 4800만원 수준의 연봉을 5년간 받는 셈이다. 매출 1조원 이상 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42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실상 더 늦은 나이에 비슷한 연봉을 받는 셈이다. 안정적인 고수입을 목표로 의대에 진학한다면 더더욱 필수·공공의료 종사를 꺼릴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수입 경쟁'에서 밀려난 인력이 유입되며 의료업계의 예측처럼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는 "의대증원을 말하기 전에 의사들이 필수·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과 로드맵을 공개하라”고 맞섰다. 복지부 역시 "의대 정원 확충과 의료사고 부담 완화, 충분한 보상, 근무여건 개선 및 의료전달체계 개선 정책은 서로 보완해 병행 추진할 사항"이라며 "필수의료 확충과 제도 개선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의대정원 확대 문제는 국민 모두의 생명·건강과 관련된 국가 정책"이라며 진료 중단까지 포함하는 의료 파업에는 유감을 표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