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결국 강제매각..국민연금 '어쩌나'

      2023.11.30 04:41   수정 : 2023.11.30 09: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SK스퀘어의 결정으로 결국 11번가가 강제매각의 길을 걷는다. 이는 SK스퀘어가 재무적투자자(FI)들이 가지고 지분 관련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해서다. 11번가는 2018년 투자 유치 당시 2조75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 큐텐(Qoo10)과의 협상에서 거론된 기업가치는 3분의 1 수준인 약 1조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등 FI들이 강제 매각에도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1월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전날 이사회를 통해 FI들이 보유한 11번가 지분 관련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SK스퀘어는 원금 5000억원에 연 이율 3.5%의 이자를 더해 FI에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배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FI들이 11번가에 투자할 당시 대비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의 이번 결정은 사실 정해져 있었다. SK그룹이 많은 자산을 현금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11번가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지 못했다"며 "콜옵션 행사시 내부 컴플라이언스 등에서 배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2018년 SK스퀘어 측은 50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FI들을 대상으로 발행했고, FI들은 지분 약 18%를 보유했다. 다만 5년 내(2023년까지) 기업공개(IPO) 추진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실패하면 FI가 SK스퀘어 지분까지 시장에 함께 팔 수 있는 드래그얼롱(동반 매도 청구권)을 부여했다. 이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11번가가 평가받은 기업가치가 5년 전 2조7000억원에서 최근 1조원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IPO는 무산됐다.

11번가의 투자 유치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박성하 현 SK스퀘어 대표이사는 이번 매각 작업을 주도해왔다. 이에 최고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도 부상 중이다. 자본시장에서 SK그룹에 대한 신뢰가 깨진 사례여서다.

무엇보다 자본시장 큰 손 국민연금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11번가에 약 3800억원을 투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큐텐에 매각 시도가 불발된 후 11번가를 높은 가격에 살 인수자를 찾기는 어렵다.
획기적인 디스카운트(할인)가 없으면 기존 유통 공룡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렵다"며 "국민연금으로선 엑시트(회수) 시점이 늦어지고, 밸류에이션(가치)에서 손상된 자산을 포트폴리오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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