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유엔의 대북제재 방정식과 새로운 소다자 제재 방정식

      2023.12.02 07:00   수정 : 2023.12.02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핵 프로그램 고도화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달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렸다. 우주발사체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나아가 3차 군사정찰위성 성공이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거래로 가능했다는 점에서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규칙 교란 행위자다.

제재라는 방법은 규칙을 어기고 힘으로 현상을 변경하는 행위자를 대상으로 군사력이 아닌 경제적 레버리지로 그 행위에 엄벌을 가하는 저강도 처방이다. 모든 것을 사사건건 군사력으로 대응하면 전 세계는 전쟁통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재는 그 실효성에 찬반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쟁이라는 극단적 처방을 피하면서도 동시에 규칙파괴 행위자에게 경제적,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위반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전략적 의미가 적지 않다.

이러한 기능이 정지되면 규칙기반 국제질서는 조금씩 잠식되어 모든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려 드는 정글의 국제정치만 남게 된다. 따라서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서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군사력으로 북한과 러시아를 응징하는 극단적인 처방이 아닌 집단적 경제력을 이용한 합리적 처방이라는 점에서 신속한 추진이 관건이다. 그런데 제재 조치를 주도해야 할 책임이 있는 유엔 안보리는 개점휴업 상태다. 신냉전 구도 속에서 유엔 안보리는 힘의 정치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투쟁의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투쟁의 장이 되어버린 배경에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가 존재한다. 북한을 두둔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5개 상임이사국인 P5 국가다. 더욱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스스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서 상대방의 주권 찬탈을 시도하고 북한과 불법거래에 나섰다는 사실은 유엔 안보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북한은 2023년 12월 1일부터 군사정찰위성의 임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힌 상황에서도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는 여전히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대체 기능이라도 작동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한국, 미국, 일본, 호주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서 최성철 등 다수의 북한 인사에 대한 제재 조치에 나선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이러한 대북 제재의 군사적, 기능적 실효성을 넘어 그 자체만으로 상징성과 결집 의지 현시 차원의 의미가 적지 않다. 신냉전 시대에 약화되고 있는 규칙기반 질서를 복원하는 단초로서 충분성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독자 제재 형식이지만 유사입장국 간 공조와 협력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다자 제재로서의 성격도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개국의 대북 제재는 북한의 국제규칙 위반에 대한 엄벌의 시작이지 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외교채널을 가동시켜 이러한 소다자 차원의 대북 제재가 촘촘하게 부과되어야 한다. 대북 제재 외에도 소다자 협력체를 중심으로 저강도 군사적 옵션도 동맹국, 안보협력국과 가시화해야 한다. 군사적 옵션에는 레이저 공격을 통한 정찰위성 기능 불능화와 정찰위성 파괴 등도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군사적 옵션 검토 자체만으로 북한이 공언한 추가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압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는 지상에서 시작해서 해상으로 확장된 후 이제는 우주 공간까지 그 대상이 된 상태다.


동맹국, 우방국이 북핵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 우주공간에서의 군사협력이 더 이상 사치가 아닌 현실이 된 이유라 하겠다. 제재와 더불어 이러한 군사적 조치 검토는 규칙파괴 행위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적실성이 있다.
규칙파괴 행위를 방치하면 그 행위가 합리화되고 비정상이 일상으로 변질되어 결국 규칙기반 국제질서는 잠식되고 만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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