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TO, 367兆 시장 포기하나

      2023.12.07 09:00   수정 : 2023.12.07 09: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K-STO(한국 토큰증권) 기업들이 2030년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한국 시장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투자계약증권서 신고서 승인이 난항을 겪고 있고,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한 샌드박스도 허들이 높아서다.

상품 발행 때마다 필수적인 증권신고서 작성에 내부 인건비·판관비를 제외해도 로펌·감정평가 등 외부용역비만 1억원 상당의 비용 부담이 있다.

상품 수익률을 낮추고, STO 기업들의 적극적인 토큰증권 발행을 가로막아 시장 활성화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STO 버전의 '코리아 엑소더스(탈출)'를 정부가 유도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K-STO, 싱가포르行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바이셀스탠다드는 지난 11월 싱가포르 STO 플랫폼 IX스왑과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의 투자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바이셀스탠다드의 CEO(최고경영자)인 신범준 대표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산하 토큰증권협의회 초대 회장이다. 회장사이자 금융당국의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바이셀스탠다드가 해외에 눈을 돌리는 것은 국내 규제가 과도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펀더풀도 싱가포르 IX스왑과 MOU를 체결했다. 윤성욱 펀더풀 대표는 "K-콘텐츠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모순된 상황에 놓여있다"고 언급했다.

바른손랩스와 블록체인 기술 기업 이큐비알홀딩스(EQBR)도 MOU를 체결, 싱가포르에서 먼저 영화 STO 상품 출시를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내년 상반기 중에 K-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STO 상품이 싱가포르 STO 거래소에 최초로 상장되는 사례를 만들 예정이다.

강신범 바른손랩스 대표는 “국내에서 영화 STO를 준비하는 것과 동시에 제도화 측면에서 한 발 앞서 있는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에서 STO 상품화를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STO 기업들이 한국 외 다른 국가들을 찾고 있지만 한국 STO 시장 전망 자체는 장밋빛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STO 시장은 2024년 34조원에서 2030년 367조원으로 6년 동안 10배 이상 고속성장이 기대됐다.

글로벌에서도 STO에 대한 기대는 높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3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STO에 대해 "전망이 긍정적이다.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비용과 투자자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글로벌 STO 규모는 2030년 최소 16조달러, 최대 68조달러로 추산됐다.

■K콘텐츠 등 韓 우량 자산의 해외 STO 유출 늘어나나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 STO 발행을 허용했다. 이를 통해 조각투자 사업자 제재를 면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 면제 조치를 통한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곳은 바이셀스탠다드(피스), 서울옥션블루(소투), 스탁키퍼(뱅카우), 알티너스(도트), 열매컴퍼니(아트앤가이드), 테사(테사), 투게더아트(아트투게더) 등에 불과하다.

샌드박스를 통해 발행-유통을 한시적으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곳도 부동산조각투자사(카사, 비브릭, 루센트블록, 펀블)와 음악저작권 조각투자 뮤직카우 등에 불과하다.

기존 STO 기업들의 1호 투자계약증권 상품 도전도 난항이다. 8월 투게더아트는 신고서 제출 후 자진 철회했다. 다만 일본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기초자산으로 한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11월 열매컴퍼니는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융감독원의 정정신고 제출 요구를 받았다. 요구사항을 반영한 정정보고서의 분량은 500페이지에 달한다. 서울옥션블루는 11월 28일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의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호 투자계약증권의 승인이 이뤄진다고 해도 상품 발행 때마다 매번 적지 않은 시간, 자금이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현행 제도를 간소화하지 않으면 국내 STO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며 "금감원의 펀드신속심사실을 벤치마킹해 STO 산업에도 빠른 심사가 가능한 기구 및 제도가 필요하다. 투자자 보호 등이 우려되면 우선 검증을 마친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도움도 어렵다.
국회에 STO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지만 내년 22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회기 내 개정이 쉽지 않다. 총선 후 상임위를 구성한 후 법안을 발의하더라도 2024년 말은 돼야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는 배경이다.


STO 업계 관계자는 "아직 글로벌 표준, 주도권을 잡은 국가와 기업이 없는 상황인 만큼 법제도 미비와 과도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계속된다면 한국은 새로운 금융시장에서도 금융선진국에 뒤쳐질 것"이라며 "과거 빠르게 성장한 기업들이 국내 시장의 규모, 법제도 등으로 인해 국내 상장 대신 해외로 나간 것처럼 K콘텐츠 등 한국의 우량 자산이 해외 STO로 유출되는 사례는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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