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수뇌부 모두 교체… SK, 젊은 리더십으로 복합위기 대응

      2023.12.07 18:27   수정 : 2023.12.07 18:27기사원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년도 정기인사에서 그룹을 이끌던 4명의 부회장단을 2선으로 이동시키면서 반도체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하는 고강도 쇄신카드를 꺼내 들었다. 부회장단이 7년간 SK그룹을 재계 2위로 성장시키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지만 지속되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그룹 전반의 실적악화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뇌부의 전면적인 교체를 통한 긴장감과 혁신 DNA 강화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수뇌부 쇄신…7년 전 닮은꼴

7일 SK그룹에 따르면 이번 인사에서 물러난 60대 부회장단 후임으로 선임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은 모두 1964년생으로 50대다.

기존 부회장단 평균 나이(61.3세)보다 두 살 이상 젊어졌다.

SK그룹 수뇌부의 세대교체는 최 회장의 강한 의지가 깔려 있다.
재계 관계자는 "부회장단이 그룹 외연을 확장하는 데 기여를 했으나 최근 복합위기 속에 새로운 대응과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최 회장의 의중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K CEO 세미나'에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서든데스' 위험을 언급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도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기조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젊은 경영진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 2016년과 판박이다. 최 회장이 서든데스를 언급했던 2016년 당시 SK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주력 사장단을 50대로 전면 교체했다. SK㈜사장이었던 조대식 의장이 SK수펙스 의장을 맡았고, 김준 SK에너지 사장과 박정호 SK㈜ C&C 사장이 각각 SK이노베이션 사장, SK텔레콤 사장으로 보임됐다. 60대였던 김창근 수펙스 의장과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김영태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등은 2선으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SK그룹이 투자 등과 관련해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SK그룹은 2016년부터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2017년 SK실트론 인수(6200억원), 2018년 대규모 배터리 투자, 2020년 SK넥실리스 인수(1조1900억원), 2021년 인텔 낸드부문 인수(11조원) 등 굵직한 투자들을 진행했다. SK그룹이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합작한 블루오벌SK 투자금만 5조원이 넘는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 및 경기침체 등으로 투자를 크게 늘린 부분이 리스크로 다가오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렸다면 앞으로는 주변도 같이 둘러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 계열사 대표 교체로 새바람

주요 계열사 CEO들도 대거 교체됐다. SK㈜와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SK에너지, SK엔무브, SK온,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 7개사의 대표가 바뀌었다.

SK는 SK실트론 사장에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 SK에너지 사장에 오종훈 SK에너지 P&M 사내독립기업(CIC) 대표, SK온 사장에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또 이동으로 자리가 빈 SK㈜ 머티리얼즈 사장에는 김양택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 SK엔무브 사장엔 김원기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각각 보임됐다. 특히 이석희 대표의 복귀가 눈에 띈다. 그는 인텔,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를 거쳐 SK하이닉스 D램 개발부문장과 사업총괄(COO) 등을 역임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SK하이닉스 대표에서 물러난 뒤 1년9개월 만에 현업으로 복귀해 배터리 사업을 책임지게 됐다.

그룹의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는 최창원 의장 외에도 지동섭 SK온 사장을 SV위원회 위원장에, 정재헌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 각각 신규 선임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SK 관계사들이 '또 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영 인프라 구축 및 변화관리 구축에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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