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경쟁 과해지면 비은행권 특히 타격...평상시 은행권 유동성 관리 필요"
2023.12.11 12:00
수정 : 2023.12.11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예금취급기관 간 수신경쟁이 단기간에 과도해지면 수신 안정성이 나빠지고 대출금리가 인상되는 등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져 상시 유동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와 소위 '레고랜드 사태' 등 영향으로 은행권이 수신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점이 특히 비은행권의 재무안정성을 크게 저하시켰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 예금취급기관의 예금조달행태 변화 및 정책적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1년 동안 일부 은행이 유동성 규제 정상화에 대응하고 채권 시장 경색 등에 대응하기 위해 수신을 크게 확대한 점에 주목했다. 연쇄 효과로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도 예금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고 예금만기가 짧아졌는데 이 영향으로 전 금융권 통틀어 수신 안정성 저하, 대출금리 인상 등 결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예금 외 수신 기능이 제한적인 비은행권에서 타격을 크게 받았다. 은행권의 예금금리 스프레드가 지난해 3·4분기 중 83bp(1bp=0.1%p)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어 비은행권도 지난해 4·4분기 중 142bp로 크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예금금리 스프레드란 채권 금리 등 시장성 수신금리 대비 금융사가 신규취급액기준 가중평균예금금리를 얼마나 높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 수치가 클수록 예금경쟁이 심화한 것으로 해석한다.
과도한 수신경쟁이 없었던 시기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평균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각각 0.06bp, 0.52bp였다. 다만 이 수치가 수신경쟁 시기인 지난 2021년 3·4분기부터 2023년 2·4분기까지에는 은행권 평균 0.40bp, 비은행권 0.82bp까지 오른 것이다.
또 고금리를 통한 비은행권의 수신 행태가 지속되며 올 상반기 늘어난 예금의 64.9%가 상호금융 및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에 예치됐다. 올 상반기 비은행권 예금은 1·4분기와 2·4분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9조1000억원, 55조6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이에 유재원 금융안정국 은행리스크팀 과장은 "패널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수신 경쟁이 심화할수록 예금취급기관의 총자산수익률 변동성이 확대되며 수익안정성이 저하됐다. 예대금리차 수준이 낮은 일부 예금취급기관에서 이런 특징이 더 두드러졌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이 수신 경쟁 자제를 권고하는 등 관리하려고 했는데 이런 노력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연구 대상 시점인 올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에도 대규모 예금 만기가 이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 유 과장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처럼 예금 만기 도래액이 증가해서 극심한 부담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도 그렇고 은행도 내년 1~2월까지 유의해야 한다. 아직 완전한 (수신경쟁 심화) 해소는 아니기 때문에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올 하반기에도 수신 경쟁이 나타나고 있지만 비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 폭이 은행권의 인상폭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재무안정성 저하 때문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며 "수익성 저하 우려가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