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찾은 尹, 반도체 동맹 구축..첨단장비 선점 이끌었다
2023.12.13 00:38
수정 : 2023.12.13 04:09기사원문
【암스테르담·벨트호벤(네덜란드)=김학재 기자】윤석열 대통령은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12일(현지시간)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를 찾으면서 양국간 반도체 '협력'을 반도체 '동맹'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가 ASML과 차세대 반도체 장비 제조 기술 연구개발(R&D) 센터를 만들기 위해 1조원 규모의 공동 투자에 나서고 양국 정부간 석·박사급 인적교류를 제도화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돼,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공급망이 훨씬 탄탄해졌다.
특히 윤 대통령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2나노미터(2nm)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는 ASML의 차세대 EUV(극자외선) 장비 생산시설 '클린룸'까지 시찰, 치열한 반도체 경쟁시장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이 우위에 점하고 있음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는 관측이다.
■반도체 장비·설계·제조 전 과정서 동맹 구축
윤 대통령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CEO, 증착 장비를 생산하는 ASM의 벤자민 로 CEO, 연구기관 IMEC의 루크 반 덴 호브 CEO 등과 간담회를 가진 뒤 3건의 MOU 서명식에도 참석했다.
실리콘 웨이퍼에 초미세 회로를 EUV로 그려주는 첨단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은 ASML이 전세계에서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소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생산성을 높이려면 ASML의 장비를 필요한 시기에 신속하게 공급받는게 중요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세계최초로 3나노 공정을 파운드리 생산라인에 적용하는데 성공한 바 있어 ASML의 EUV 노광장비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협력 구도 속에 삼성전자와 ASML는 초미세 반도체 제조 공정 개발용 R&D센터 설립을 위해 1조원을 공동 투자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양사가 공동 설립하는 R&D센터는 ASML이 반도체 제조기업과 해외에 최초로 설립하는 R&D 센터로 상징성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해당 R&D센터 부지는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경기 화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서고속철도(SRT)가 해당 부지를 지나가 진동 문제가 있어 다른 부지도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의 이같은 결정에는 윤 대통령이 취임 후 베닝크 CEO를 두차례 만나 투자 요청을 했던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와 ASML은 초미세 반도체 제조 공정 과정에서 사용되는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공동개발 MOU를 통해 연간 165억원의 비용 절감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카이스트와 아인트호벤 공대 등 양국 석·박사급 인재들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ASML 등이 산학협력 강화 차원에서 양성하는 MOU까지 체결해 양국은 민관을 통해 반도체 공정 전 과정에서의 협력을 구체화시켰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반도체 협력 단계를 넘어서 동맹 단계까지 나갔다"며 "설계에서부터 장비, 제조까지 다 일관된 전 과정을 같이 협력해서 동맹 관계에서 같이 해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尹, 클린룸 방문으로 선점 효과
윤 대통령은 2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활용되는 ASML의 차세대 EUV 장비 제조 시설 '클린룸'을 외국 정상으로는 최초로 방문했다.
윤 대통령이 암스테르담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가량 떨어진 벨트호벤에 위치한 ASML을 방문한 것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행동으로 반도체 동맹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ASML이 외국 정상인 윤 대통령에게 해당 클린룸을 공개한 것 자체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먼저 얻어낼 수 있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가 3나노 공정 기술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보다 더 미세한 2나노 공정을 위한 장비를 한국 기업들이 신속히 납품받을 수 있다는 것을 윤 대통령의 방문이 일종의 시그널로 공표된 것이란 설명이다.
적극적으로 네덜란드와 반도체 동맹을 외친 윤 대통령이 2나노 공정의 핵심인 장비를 만드는 곳을 직접 찾았다는 점은 ASML을 넘어 네덜란드와 반도체 협력에 있어 우리가 우위가 있음을 직접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현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반도체 동맹으로 이전보다는 좀 더 유연하게 우리가 장비를 조달하는데 있어 이점이 있을 것"이라며 "EUV 장비 자체가 굉장히 많이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좀 더 수월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