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죽어야 당이 산다?… 김기현-이재명 리더십 최대 위기

      2023.12.12 18:25   수정 : 2023.12.12 18:25기사원문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비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가운데, 여야 대표의 리더십이 동시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여당은 조기 종료된 '인요한 혁신위'의 중진 불출마 및 험지 출마 이슈에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12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연스럽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야당 역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계파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고 있다.

내년 총선을 4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여야 대표의 리더십 위기 대응은 향후 총선 정국의 향배를 가늠할 주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국힘, 김기현 대표 거취 관심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오는 13일까지 공식일정을 비우고 잠행에 들어갔다.
최근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 대표의 사퇴 요구와 내년 총선 불출마 여부 등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고심은 이날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의 전격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한층 더 깊어질 전망이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며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장 의원의 결단에 자연스레 다음 시선은 김 대표에게 쏠리게 됐다. 앞서 혁신위원회는 중진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제안하면서 구체적인 대상을 지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 의원과 김 대표가 우선 대상으로 거론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대표직 사퇴와 내년 총선 불출마 압박을 동시에 받게 된 김 대표 입장에서는 복잡한 셈법을 풀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장 의원의 불출마로 자연스럽게 김 대표의 거취로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과연 당내 및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자기희생의 결단 수위를 어느정도로 하느냐에 따라 장 의원발(發) 인적쇄신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김 대표가 혁신위의 요구나 장 의원의 불출마 분위기에 떠밀려 선택을 내리기보다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민해 시점과 내용의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 의원이 쏘아올린 신호탄은 김 대표 외에도 당내 중진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윤핵관'으로 분류되거나 영남권에 지역구를 둔 중진들이 해당된다. 일각에서는 당내 중진그룹이 김 대표의 사퇴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선당후사'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 당내 계파 갈등 격화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설이 본격화되면서 당내 계파 갈등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 체제 민주당의 도덕성과 민주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친명계 인사들은 이를 비호하며 강하게 맞붙고 있다. 이 대표가 당내 쇄신 요구에 사실상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이다.

최근 당 운영에 문제의식을 지닌 인사들을 만나며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 전 대표는 전날 "새해 새로운 기대를 국민께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창당의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했다. 총선 준비를 위한 물리적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실무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민석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낙연 신당을 '사쿠라 신당, 사이비 야당'이라고 힐난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독재의 협조자로 기록될 건가"라며 "내일도 신당 얘기를 할 거면 오늘 당장 나가시라"고 탈당을 촉구했다.

이에 비명계로 분류되는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은 김 의원을 '김민새(김민석+철새)'라고 깍아내렸다. 조응천·윤영찬 의원은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동료 의원과 당의 원로를 향해 비난할 자격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원욱·김종민 의원도 김 의원이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임을 상기하며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당 혁신과 화합을 위한 획기적인 카드를 내놓지 못하는 한 앞으로도 계파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와의 일대일 회동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비명계 수장들의 행보가 공식화될 경우 '도미노식 탈당'이 현실화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syj@fnnews.com 서영준 전민경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