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회장 ‘셀프 연임’ 특혜 없애는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절차 돌입

      2023.12.19 18:12   수정 : 2023.12.19 18:28기사원문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선택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최 회장은 '주총 90일 전 연임 의사 표명 룰'에 따라 이번 주 중에 3연임을 할지 물러날지를 밝힌다. 이와 동시에 포스코그룹은 현직 회장에게 유리한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출규정을 전면 개정한다.

포스코홀딩스는 통상 2개월 이상 걸리는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사실상 착수했다.

19일 포스코그룹은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지배구조개선 방안을 의결한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고, 투명한 CEO 인선절차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관 개정은 차기 대표이사 회장 선출 시 현직 회장의 프리미엄을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현직 회장 우선 심사(선출)규정 삭제 △회장 재임 중 차기 CEO 추천위원(CEO카운슬 당연직) 배제가 골자다.
이는 이사회의 독립성, 의사결정이 더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그간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소유분산기업인 포스코그룹의 현직 회장이 투명한 업적평가 및 공정한 경쟁 없이 '셀프연임'할 수 있는 특혜규정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이는 결국 최 회장의 3연임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CEO 선임 관련 정관 개정을 가정해 최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다른 후보와 동등하게 경쟁한다. 연임의 정당성을 갖는 명분이 될 수 있으나, 경쟁에서 탈락할 경우 불명예를 안게 된다는 게 부담이다. 게다가 내부인사가 아닌 외부인사 후보와의 경쟁도 변수 중 하나다.

이런 상황 탓에 포스코 안팎에서도 최 회장의 연임 의사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최 회장도 2연임 당시(2021년 3월부터)와 달리 이번 3연임 의사 표명에선 속내를 좀처럼 내비치지 않고 있다.

통상적으로 보면 '박수받을 때 퇴장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내년 3월 물러나면 임기를 온전히 마치는 포스코그룹 첫 회장으로 기록된다.

이와 달리 이번에 회장 선출 룰이 바뀐 이상 연임 명분과 투명성을 확보했다는 점, 미래 사업의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점 등에서 최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처럼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출을 보는 시각은 복잡하다.

포스코 수장 선임은 내부 절차에 따라 진행되지만 정치권력 변화 및 포항·광양 지역 민심, 내부 구성원의 지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설령 최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할지라도 현 정권과 관계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올해 진통을 겪었던 KT 대표 선임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 회장이 재계 5위 수장이자, 임기 5년차의 성공한 CEO로 평가받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한번도 포함되지 않은 것을 두고 업계가 '정치권과의 이상 신호'로 해석하는 이유다.

최 회장이 재임 6년간 포스코그룹의 2차전지 소재·에너지 등 비철강사업 전환 성공, 큰 폭의 성장기반을 놓았다는 공적에선 내·외부에서 이견이 없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에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3연임에 나선다면 2000년 민영화 이후 한 사람이 10년에 가까운 지배구조를 갖게 되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구성원 입장에선 연속성과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복잡한 심정일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그룹은 최 회장의 연임 의사에 앞서 내년 3월 주총일정에 맞춰 사실상 차기 CEO 선임절차에 착수했다.
공식적으론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승계카운슬이 가동, 후보군을 선정·추천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차기 회장 후보에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 등이 거론된다.
외부인사로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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