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송금, 은행보다 핀테크지...낮은 수수료·한 우물 파는 ‘전문성’ 통했다
2023.12.24 15:55
수정 : 2023.12.24 15: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박혜은씨(31)는 지난 2021년 7월 핀테크 앱(와이어바알리)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송금을 시작했다. 결혼하며 미국행을 선택한 언니가 부모님이 용돈을 보내주려 하자, 미국 거주 교민들이 핀테크 앱으로 돈을 송금받고 있다고 말한 것을 듣고 나서다. 박씨는 메뉴가 지나치게 많고 수수료도 많이 드는 은행 어플과 달리 해외송금 서비스 하나만 취급하는 데다 어플 시작 화면에 실시간 환율 정보를 공개해 송금 시 달러로 얼마가 입금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핀테크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활용하기로 했다.
해외 유학·이민 및 한국 거주 외국인 근로자 증가 등 글로벌화의 영향으로 한국에서 해외, 해외에서 한국으로 돈을 주고받는 '해외송금'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은행보다 와이어바알리·센트비·한패스 등 해외송금 전문 핀테크 업체를 통해 연말·연초나 명절 기간 송금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낮은 수수료나 해외송금 서비스 하나에만 집중해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인 점 등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기간 한국과 해외 간 양방향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이어바알리(7개 송금국·45개 수취국 보유)를 통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보낸 총 송금액은 3403만 달러로, 같은 기간 한인 은행 8곳에서 공개한 한국 송금 총액(2071만 달러)보다 1332만 달러나 많았다. 같은 기간 와이어바알리를 통한 한국 송금 건수 역시 1만6688건으로 한인 은행 송금 건수(8286건)를 두 배 이상 상회했다.
와이어바알리 관계자는 "핀테크에 익숙해진 교민들이 더 이상 은행에 가지 않고 와이어바알리를 비롯한 모바일 서비스로 송금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에서 유학이나 직장생활을 하는 자녀가 한국에 있는 부모님에게 소개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하는 케이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핀테크 서비스의 강점으로 꼽는 것은 '저렴한 수수료'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개인송금을 할 경우 송금은행 수수료·전신환수수료·중개은행 수수료·수취은행 수수료 등을 부과해 건당 평균 1~2만원에서 최대 4만원까지 수수료가 부과된다.
와이어바알리 서비스를 이용해 한국에서 해외로 송금할 경우, 50만원 미만 송금 시 건당 5000원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되며 50만원 이상 송금 시 수수료가 무료다. 미국에서 해외로 송금할 때도 미화 100달러 미만으로 송금할 때만 3.99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하며 그 이상의 금액을 송금하면 수수료가 없다. 그 외 국가로 돈을 송금하거나 송금받을 때의 수수료도 평균 3000~5000원 안팎이다. 이외에 개인용 해외 송금 서비스 '센트비'와 법인 송금·정산 등 결제 서비스 '센트비즈'를 운영 중인 센트비와 외국인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패스 역시 은행 대비 최대 90% 저렴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편의성' 또한 핀테크를 통한 해외송금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입출금, 예적금, 대출, 펀드 등 타 서비스가 많아 해외송금 메뉴를 찾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외환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은행과 달리, 앱에 접속해 즉각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와이어바알리 앱에 접속하면 바로 보내는 금액이 수취 국가의 화폐로 환산된 결과를 볼 수 있으며, 한패스 어플에 들어가면 '해외송금 보내기' 메뉴가 전면에 배치돼 있다. 송금 시간도 단축된다. 실제로 일반 은행을 통해 송금 시 평일 기준 2~3일 이상 소요되는 반면, 센트비 서비스를 활용하면 국가에 따라 최소 5분에서 최대 1일 내로 송금이 가능하다.
업계는 연말이라는 시기적 특수성과 외국인 근로자 수 증가가 사업 확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한다. 통상적으로 연말에는 해외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려는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가 지난 18일 발표된 '2023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내 외국인 취업자 수가 92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9.5%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외국인 노동자 증가와 해외로 나간 워홀러(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 증가 등으로 연말 시즌을 맞아 해외에 있는 가족, 친구 등에게 보내는 송금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