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부부가 냈던 '12억원' 조정신청... '퍼블리시티권'이 뭐길래

      2023.12.25 16:25   수정 : 2023.12.25 16: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이동국 부부가 지난해 10월 ‘대박이’를 출산한 A산부인과의 김모원장을 상대로 12억원의 모델료를 요구하는 민사조정 신청을 냈다. 자신의 가족들 초상 등이 있는 사진을 무단으로 김 원장이 병원 홍보에 사용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씨 부부가 제기한 인격표지영리권, 이른바 '퍼블리시티권'은 무엇일까.

이동국 부부 “동의 없는 사진 게재 홍보는 퍼블리시티권 침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A산부인과에서 지난 2013년 7월 이동국 부부의 쌍둥이 자매가 태어났다. 이듬해 11월엔 ‘대박이(태명)’도 출생했다.
현재는 김 원장이 A산부인과의 주인이다. 그런데 이전 소유주였던 A산부인과 곽모원장은 이동국 부부 동의 없이 아이 출산 사실을 병원 홍보에 썼다. 이후 김 원장은 A산부인과를 곽 원장으로부터 양도받았다. 하지만 이동국 부부의 가족사진을 계속해서 홍보에 사용했다. 부부가 몇 차례 내용증명을 보내 사진 사용 중단을 요구했지만, 그 이후에도 A산부인과는 인터넷에 사진을 올렸다. 이에 부부는 김 원장을 상대로 ‘퍼블리시티권’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조정신청을 냈다. 부부가 요구한 조정신청 금액은 12억원이다. 이 조정신청은 조정불성립이 된 이후 더는 진행되지 않았다.

민사조정은 소송 전 법원에 자신이 입은 손해를 가지고 법원에 조정을 맡기는 제도인데 조정위원이 반드시 판사가 아니다. 관련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가 조정을 진행하기에 법 내외로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데 조정제도가 이용된다.

통상 조정이 불성립되면 소송으로 이어갈 수 있는데 이를 원치 않을 경우 절차는 중단된다.

부부는 동의 없이 가족들 사진 등을 병원 홍보에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은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퍼블리시티권이란 초상이나 성명, 목소리 등 개인의 인격적 속성이 갖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상업적 이용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법조계는 ‘갸우뚱’…퍼블리시티권 아직 법제화 안돼
문제는 퍼블리시티권이 우리 법제하에서 명문의 보호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퍼블리시티권은 영·미법상 판례로 정립된 개념으로, 대륙법 체계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퍼블리시티권을 채용하고 있지 않고 있다. 국내 법원은 90년대부터 ‘소설 이휘소’ 판결, ‘제임스 딘’ 판결에서 퍼블리시티권의 존재를 언급하기 시작했으나 인정하는 데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이후 판례에서 몇 차례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는데 그쳤다. 역대 연예인들이 자신의 초상, 성명, 목소리 등을 허락 없이 이용한 사람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해도 대부분 청구가 기각되기 일쑤였다.

지난 2012년 연기자 정은란(예명 민효린) 씨는 성형수술로 ‘민효린 코’처럼 만들어준다고 광고한 성형외과 원장을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낸 적이 있다. 당시 법원은 병원이 정씨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는 데다 그 권리 자체를 인정하기도 섣부르다고 보면서 정씨 청구를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동국 부부가 민사소송으로 나아갔더라도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불법행위 관련 손해배상청구의 소멸시효가 안 날로부터 3년, 발생한 날로 10년이기에 부부의 청구는 소멸시효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과 비교해 국내에선 퍼블리시티권을 인정받기 어렵지만 정부도 점차 이를 보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법무부는 2023년 11월 13일 인격표지영리권(퍼블리시티권)을 명문화한 민법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향후에는 유사 분쟁이 일어나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법무법인 지함 이지훈 변호사는 “이동국 부부가 실제 민사소송으로 나아갔더라도 퍼블리시티권이 명문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현행 우리나라 법제하에서 그 손해를 인정받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번 법무부 민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 향후에는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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