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합병부터 상속·이혼까지…'사법 리스크' 휩싸인 총수들

      2023.12.27 16:26   수정 : 2023.12.27 16: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는 재계 총수들의 '사법 리스크'가 두드러지는 한 해였다. 형사 사건부터 상속, 이혼 등을 둘러싼 각종 소송전이 벌어졌다. 내년 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선고가 나오는 만큼 재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주시하는 분위기다.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이재용, 내년 1월 선고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내년 1월 26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의 선고기일을 연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상태다.


이 회장에 대한 1심 결론은 기소 3년 4개월여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작업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는데, 이 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고 본다.

이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줄곧 무죄를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재산 다시 분할하자"…구광모·세 모녀 상속 분쟁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모친 김영식 여사, 두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씨와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산을 둘러싼 상속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이 분쟁은 지난 2월 김 여사 등 세 모녀가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18년 별세한 구본무 전 회장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약 2조원 규모의 재산을 남겼다. 이 중 지분 8.76%는 구 회장이 물려 받았고, 세 모녀는 나머지 주식과 재산 등을 합쳐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상속했다.

세 모녀 측은 ㈜LG 주식을 포함한 상속 재산을 법정비율에 따라 재분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확한 이해와 동의 없이 협의가 이뤄졌고, 구 회장에게 유리하게 재산이 분할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LG 측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상속이 이뤄졌으며, 세 모녀 측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재판 과정에서 세 모녀의 '경영 참여' 의도가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2차 변론기일에서 공개된 녹취록에는 "아빠(구본무 전 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구연경 대표),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다시 받고 싶다"(김영식 여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2차전 돌입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2차전에 돌입했다. 지난달 9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초 1심 결과가 나온 지 11개월여 만이다.

두 사람은 지난 1988년 결혼했으나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노 관장의 반대로 합의가 무산되자 2018년 2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재산 분할을 요구하며 맞소송을 냈다. 지난해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665억원, 위자료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양측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노 관장은 지난달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는 등 소송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가사 소송에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는 일은 드물다. 당시 노 관장은 "30여년 간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리게 돼 참담하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 지켜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노 관장과의 혼인 관계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완전히 파탄이 나 있었고, 십수년 동안 형식적으로만 부부였다"고 반박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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