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기업신용 비율...“中企, 코로나 이후 비은행권 의존”

      2023.12.28 15:21   수정 : 2023.12.28 15: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코로나19 이후 은행에 의존한 기업들이 늘면서 기업대출이 역대 최고 수준까지 높아졌다. 특히 부동산 관련 대출 중심으로 중소기업이 비은행권에서 빚을 크게 낸 상황이다. 다만 빚의 질적 측면에서는 상환능력이 과거 위기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어서 리스크 확대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이후 중소기업에 대출 많이 내준 비은행권
28일 한국은행의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신용비율은 124.0%로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말(101.3%)과 비교해 22.7%p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선진국은 89.9%에서 88.8%로 하락했고 신흥국은 4.9%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은행권의 기업대출이 큰 폭 증가했다. 은행권 대출이 41.7% 늘어나는 동안 상호금융이 140.9%, 여신전문금융회사가 71.4%, 저축은행이 65.9% 급증하며 비은행권 대출 비중은 지난 2019년말 25.7%에서 올해 9월말 32.3%로 상승했다.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도 크게 늘었다. 9월말 기준 중소기업의 대출은 864조4000억원으로 지난 2019년말 대비 58.4%(318조8000억원) 늘어나 전체 기업대출의 84.9%를 차지했다. 9월말 기준 비은행권 기업대출의 94%가량이 중소기업인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이후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는 비은행권의 대출 확대가 크게 작용했다.

이같은 대출 증가세는 부동산 업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업의 대출은 175조7000억원, 건설업은 44조3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체 산업 가운데 대출 증가액이 가장 컸다.

만기 별로는 잔존만기 1년 이내 단기대출(은행 기업대출 기준)과 단기채권의 비중이 상승했다. 은행권 기업대출의 67.0%(897조3000억원)는 단기대출로 집계됐다. 이 중 대기업은 171조5000억원으로 지난 2019년 대비 65조6000억원 증가했으나 중소기업은 220조5000억원 늘어난 72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잔존만기 1년 이하 채권 비중도 2019년말 23.1%에서 6월말 37.4%까지 올랐다.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세...한은 “질적 리스크 확대는 아냐”
대출금액이 늘어난 가운데 업황 부진으로 기업들의 이자지급능력이 약화되면서 기업대출 연체율은 상승 중이다. 올해 6월말 기업의 부채비율은 87.3%로 지난 2022년말(84.5%)에 비해 늘어났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적자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대기업, 중소기업이 올 상반기 각각 49.6%, 66.2%로 지난 2019년(46.9%, 60.7%)보다 높았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다만 전체 기업의 차입금 비중 등은 외환위기보다는 양호하고 부실 기업의 상환능력은 금융위기보다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합친 전체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올 상반기 57.4%로 집계됐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61.9%,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24.6%였다.
부실위험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1997년(31.5%), 2008년(2.9%)에 비해 올 상반기(0.8%)가 크게 낮은 상황이다.

한은은 “질적 측면에서 기업 신용 관련 리스크가 크게 확대된 것은 아니다”며 “최근 기업 대출 연체율도 비은행을 중심으로 올랐으나 금융위기 당시 연체율 수준을 크게 하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PF 등 특정 부문으로 기업신용이 과도하게 공급되지 않도록 권역별 규체차익을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당국은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기업들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지속하고, 사업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평가된 기업에 대해서는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한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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