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 회장 "투명성·신뢰 중요..국민이 자부심 느끼는 NGO 되겠다"
2024.01.01 18:41
수정 : 2024.01.01 20:03기사원문
"투명성은 후원자들이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게 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모든 지출은 내부감사 검증에 이어 외부 회계법인에서 한 번 더 감사를 진행하고, 감사 결과와 결산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올해 국세청 공시에 따르면 월드비전은 국내 비정부기구(NGO)에서 총모금수입 1위를 했고, 모금수입의 11.5%를 행정비로 사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68)은 지난 2021년 1월 한국월드비전 9대 회장으로 취임한 뒤 3년간 조직을 이끌며 후원자와의 신뢰를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 덕분에 국내 NGO 중에서 모금수입 정상을 차지하는 등 가장 신뢰받는 NGO 단체로 성장시켰다. 조 회장은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월드비전이 대한민국 대표 NGO로서 우리 국민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담=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부국장]
ㅡ지난 2021년 1월 취임 후 4번째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월드비전을 이끈 감회는.
▲교수로서 저는 오직 나와 가족을 위해 살아 온 삶이었다. 그러나 월드비전 회장으로 보낸 지난 3년간의 시간은 아침에 눈을 뜨고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어떻게 하면 어려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지, 우리가 돕고 있는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등 온통 고통 속에 있는 아이들 생각뿐이었다. 삶의 주체가 저와 저의 가족에서 어려운 이웃으로 바뀌었다.
ㅡ2023년 한 해 월드비전이 이룬 성과는.
▲지난 3년간 모금수입이 약 50% 성장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난, 질병, 영양결핍 등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삶을 못 누리는 아이들을 더 많이 도울 수 있었던 게 큰 보람이었다. 올 초 튀르키예 지진도 잊을 수 없다.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을 가장 피해가 심했던 하타이 지역으로 급파했지만 안타깝게도 여진이 발생해 직원들이 임시숙소로 사용하는 천막이 무너지는 등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다행히 모두 무사했지만 저는 그들이 안전하게 귀국할 때까지 긴장하며 기다린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신속한 지원을 위해 한국 정부와 NGO가 협력한 이례적인 활동이었다.
ㅡ월드비전만의 독자적 강점은.
▲월드비전은 1950년 한국전쟁 때 태어나 해외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했다. 이렇게 한국에서 최초로 탄생한 월드비전은 전 세계 100개국에서 3만여명의 직원이 연간 4조5000억원의 예산으로 2억명의 취약아동을 돕고 있는 세계 최대 민간국제기구가 됐다. 특히 한국월드비전은 41년간 해외 후원자의 도움을 받은 후 1991년부터 한국에서 모금해 해외 아동을 돕는 기관이 됐다. 어떤 조직이든 이렇게 긴 역사를 갖고 지금도 성장해 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적으로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월드비전을 신뢰해준 후원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사업 전문성도 큰 강점이다. 월드비전은 아동뿐 아니라 아동이 살고 있는 지역 전체를 개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후원자의 도움을 받던 후원아동에서 이제는 한국월드비전 회장이 됐는데.
▲나는 젊은 실향민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미국의 후원자인 '에드나 넬슨'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성장했다. 매달 에드나 넬슨은 한국어로 번역한 편지와 15달러를 보내왔고, 그렇게 보내온 시간은 45년 동안 이어졌다. 내가 대학교수가 된 후에도 계속 15달러를 보내주셨다. 아마도 에드나 어머니는 '너도 나처럼 남을 도우면서 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지금 이렇게 세계적인 NGO의 수장이 되고 보니 에드나 어머니와의 인연은 필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ㅡ2024년 새해에 월드비전이 이룩하려는 목표는.
▲최근 2024~2026년 중장기 목표와 전략을 세웠는데, 핵심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간 월드비전을 통해 국내외 아동과 지역주민의 삶이 더 나아졌지만, 여전히 자연재해와 분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줄지 않고 있다. 월드비전만의 힘으로는 도움이 필요한 전 세계 모든 이들을 다 도울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에 월드비전 사업의 성과들을 마중물로 다양한 파트너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해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이러한 일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양적·질적 측면에서 사업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취임하면서 2500억원이었던 모금수입이 지금은 4000억원 가까이 성장했다. 2026년까지 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우수한 사업성과를 토대로 사회적인 변화를 위한 옹호활동까지 이어가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ㅡ기부자 모금활동은 NGO 단체의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다. 기부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NGO의 생명은 바로 투명성이라고 생각한다. 투명성은 후원자들이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게 하는 핵심 가치다. 저는 월드비전에 오기 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영대학원에서 블록체인과 비즈니스를 공부했다. 이에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을 활용해 투명성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한국월드비전은 60만 후원자를 위해 엄격한 후원금 관리와 수혜자의 변화 소식 전달, 이 두 가지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모든 지출은 내부 감사 검증에 이어 외부 회계법인에서 한 번 더 감사를 하고, 감사 결과와 결산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ㅡ월드비전이 더 성장하기 위한 개선점은.
▲최근 사회복지 및 NGO 활동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짐에 따라 투명성과 효과성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기대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전문성과 투명성을 갖춰 후원자와 대중들이 신뢰하고, 함께하고 싶어하는 기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월드비전은 이미 70년 넘는 역사와 전 세계 100개국의 네트워크, 국제기준에 맞춘 투명성과 전문성 등을 갖추고 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전 국민이 신뢰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ㅡ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각오나 다짐 또 기대하는 점은.
▲2024년 키워드를 '비욘드(BEYOND)'로 정했다. 사업과 모금, 기관 운영의 모든 면에서 '현재 우리 모습을 넘어서자'는 방향을 담고 있다. 직원과 모든 팀, 부서가 현재 자신들이 하고 있는 최선을 뛰어넘으려고 노력한다면 월드비전이 기대하고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더 크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ㅡ월드비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을 텐데,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이끌고 싶나.
▲저는 월드비전에 오기 전 20여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에이즈학회장으로 아시아 지역 에이즈 퇴치운동을 주도했다.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면서 중요한 교훈을 얻은 것이 있다. 바로 한 나라가 존경받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성장뿐 아니라 어려운 나라를 돕고 있는 나라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경제대국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원조를 많이 하는 나라로 인식되지는 않고 있다. 한류로 사랑받는 우리나라가 도움에도 앞장서는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
ㅡ평소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 말이나 경구는.
▲기독교인으로서 성경 시편 37편 5절인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의 말씀을 인생 지침으로 삼고 있다. '꼴찌박사'라는 별명처럼, 후원아동으로 시작한 내 인생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성장 과정 속에서 경제적으로도, 인맥으로도 의지할 데 없던 내가 붙들고 의지할 수 있는 분은 시편 말씀 속 하나님뿐이었다. 항상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그분께 나의 길을 맡겼더니 지금은 전 세계 2억명의 아동을 돕는 세계에서 가장 큰 NGO의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ㅡ마지막으로 2024년 새해를 맞아 파이낸셜뉴스 독자들에게 덕담 한마디.
▲갑진년 새해에는 파이낸셜뉴스 독자들의 가정에 기쁨과 평안이 가득하시길 바란다. 지난 한 해는 여러 분쟁과 자연재해가 유독 많았던 한 해였다. 올해는 고통 속 아동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정리=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rsunjun@fnnews.com 유선준 정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