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자들 지배구조 공격, 지난해 사상최대...속전속결이 대세

      2024.01.07 06:05   수정 : 2024.01.07 06: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기업 지배구조 공격이 지난해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한 기업들의 이사를 쫓아내거나 사업 매각 등을 요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이하 현지시간) 투자은행 라자드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전세계 기업 가운데 252곳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목표물로 새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전년비 7% 증가한 규모다.

월트디즈니, 세일즈포스, 스타벅스 등 대형우량 기업들도 이들의 목표물이 되는 등 성역이 없었다.


특히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은 자신의 투자회사가 공격을 받아 주가가 폭락하는 가운데 다른 회사의 인수합병(M&A)에 간섭해 결국 뜻을 관철했다.

아태·유럽, 사상최대


영국과 일본 기업에 대한 공격이 급증하는 등 유럽과 아시아 지역 기업에 대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이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요구하며 69건의 공격이 있었고, 아사이태평양에서는 헤지펀드 주도로 44건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있었다.

라자드 자본시장자문그룹 상무 리치 토머스는 행동주의가 현재 지역적으로 매우 역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아태, 유럽 지역 주도로 전세계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이 사상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대개 공격 대상 기업 주식을 산 뒤 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한다.

공개서한→밀실협상으로 방식 바꿔


초창기에는 공개서한을 통해 기업과 경영진을 공격했지만 지금은 주로 밀실에서 협상을 통해 목표를 이룬다.

그러나 디즈니처럼 시장 영향력이 큰 업체들에 대한 공격은 외부로 그 사실이 유출되는 일도 잦다. 공격 대상 경영진은 경기둔화, 고금리와 함께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도 견뎌야 한다.

디즈니의 경우 지난해 트라이언파트너스가 이사자리 2개를 요구하며 수년에 걸친 대리인 싸움을 시작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공동창업자 넬슨 펠츠를 내세웠고, 기존 경영진은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밥 아이거가 이끌고 있다.

아이칸, 수비·공격 병행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도 지난해 곤욕을 치렀다.

"니콜라는 사기"라는 분석보고서로 이름을 날린 공매도 투자자 힌덴버그리서치가 아이칸의 상장 투자회사인 아이칸엔터프라이를 공격했다. 힌덴버그 공격 뒤 아이칸 주가는 급락한 바 있다.

힌덴버그의 공격을 받았지만 아이칸도 다른 기업을 공격했다.

아이칸은 유전자조작 업체 일루미나가 암치료제 개발업체 그레일을 인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격에 나섰다. 결국 일루미나는 아이칸의 뜻대로 그레일 인수를 포기했다.

헤지펀드 영향력 감소


엘리엇매니지먼트, 써드포인트 등 헤지펀드들이 주류였던 행동주의 투자자 공격이 지난해에는 일반 투자자들의 공격에 자리를 내줬다. 라자드에 따르면 사상처음으로 지난해 헤지펀드가 아닌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40% 이상을 차지했다.

한편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행동주의 투자자들과 경영진간 다툼이 조기에 끝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라자드에 따르면 이사자리 1석을 확보하는데 90일 넘게 걸린 경우는 44%에서 37%로 줄었다.
반면 1주일 안에 다툼을 끝낸 경우는 34%에 이르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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