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리스크’ 덮친 가전·車 초비상… 해운·항공은 "특수 기대"
2024.01.07 18:03
수정 : 2024.01.07 18:03기사원문
대표 수출 업종인 가전과 자동차 업계는 유럽 수출길인 홍해-수에즈 운하 노선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가 불가피해 유가와 운임료 등 원가 부담 상승 요인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반면, 해운·항공업계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화물 운임이 물류 차질로 다시 오르며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눈치다.
■ 수출 기둥 '電·車', 물류비 상승 우려
7일 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선사들은 예맨 후티 반군의 홍해 지역 선박 공격을 우려해 추가 비용과 시간을 부담하더라도 아프리카 희망봉 쪽으로 우회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동에서 유럽으로 가는 시간이 최장 2주까지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외신에 따르면 후티의 공격을 피해 우회로를 택한 운송업체들의 물류량은 최근 몇 주간 2000억달러(약 262조원) 규모를 넘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북미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는 국내 가전업계는 홍해 사태 장기화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LG전자 매출에서 유럽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지난해 3·4분기 매출 비중은 14.5%에 달했다.
홍해를 이용하는 상선 대부분 목적지는 유럽이다. 수요 둔화로 가뜩이나 침체된 가전업계는 유가와 운임료 등 물류비 상승 압박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 대표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1일 1010.81서 지난 5일 1896.65로 한달새 72.6% 급등했다. SCFI가 1700선을 넘어선 건 팬데믹으로 공급망 충격이 발생했던 지난 2022년 10월 21일(1778.69) 이후 14개월만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부산에서 유럽으로 가는 운임비는 지난해 11월 17일 1FEU(12m 길이 컨테이너 1개) 당 1199달러에서 지난해 12월 28일 2495달러로 배 이상 급증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통상 선박 계약은 분기, 반기 단위로 진행돼 현 상황에선 직접적인 여파는 없다"면서도 "해상운임지수가 급등 추세이고,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장기화에 대비해 선박 중간 경유지를 통한 환적과 유럽지역 생산기지의 가동률 확대 등도 검토 중이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유럽 수출길에 차질을 빚을 다양한 상황들과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 해운·항공 '단기 특수' 맞나
해운업계는 '홍해 리스크'가 침체기에 돌입한 업황에 반전카드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해운업계는 해상운임 상승으로 단기적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해상 물동량 반등이 쉽지 않아 '슈퍼사이클'이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위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홍해 긴장 뿐 아니라 파나마 운하가 가뭄으로 통행 차질이 빚어지는 등 악재가 겹쳤다"며 "위협이 장기화되면 해운운임료가 더 오르겠지만,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해군이 홍해 대응에 나서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업계도 항공 물류 수요가 증가와 항공 화물 운임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발틱항공운임지수(BAI)에 따르면 홍콩-북미노선의 평균 화물운임은 1㎏당 7.10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해 리스크가 항공화물 특수로까지 이어졌던 코로나19 기간보다는 파급력이 덜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기간과 비교했을때는 강도 측면에서 약할 전망이지만 예상치 못한 이슈로 인한 운임 상승이 1·4분기 항공 화물 등 물류 전반에 걸쳐 나타날 전망"이라면서 "기업별로 물류비 상승 및 긴급물류를 위한 항공 운송 수요 증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최종근 홍요은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