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만인" 커진 정체성… 친중 vs. 반중 승패가를 변수로

      2024.01.11 18:16   수정 : 2024.01.11 19: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13일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만내 정치인들은 물론 미국과 중국, 일본, 우리나라도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동북아의 미국과 중국의 전략 균형과 입지도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시진핑 정권의 대응에 따라서는 동북아는 물론 한반도의 안보 지층대의 균열과 충돌 등 대만 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과 국제전으로의 비화도 우려된다.

■친중 vs. 반중 팽팽

11일 대만 및 외신 등에 따르면 대선의 이번 선거는 생활고가 주요 쟁점으로 등장했지만, 기본적으로 친중, 반중의 대립 구도가 밑에 깔려있다.


지난 2일 마지막 여론 조사에 따르면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를 국민당의 허우요이가 5%p 차이로 뒤쫓고 있다. 20~30대 등 부동층이 많은 데다 지난해 8월 이후 허우 후보가 지속적으로 상승세여서 결과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라이칭더 후보는 친미, 독립을 주장하고 있고 허우요이 후보는 친중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라이칭더 후보는 미국 등 서구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 등을 통한 대중 억제력 및 국방력 강화 조치를 공언했다. 그러면서도, "대만 독립 선언 의사가 없다"며 현상 유지 정책을 약속했다. 그렇지만 "중국과 대만은 하나"라는 명제에는 동의하지 않아, 대륙의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허우요이 후보는 중국과의 대화재개와 협상, 경제협력 가속화를 통한 대만 경제 활성화 등을 공약으로 내 세우고 있다.

국민당은 당장 중국과 경제협력 강화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탈중국화 분위기에 밀려 중국이 요구하는 '1국 양제' 요구에는 응하지 못하면서 여론을 살피고 있다. 당장 홍콩 상황에 대한 대만 내 반응이 너무 비판적인 탓이다.

■8년 정권 교체·정체성 변화가 변수

민진당 8년 집권에 대한 피로감도 켜켜이 쌓여있고, 8년마다 정권이 바뀐 그간의 정치적 과정을 볼 때 국민당의 승리가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8년 집권 뒤 정권 교체라는 통상적인 흐름에 반하는 국민당의 고전과 집권당의 리드 뒤에는 대만 사회의 정체성 변화와 젊은층 사이의 중국 견제 심리 확산 등 '탈중국화의 진전'이 깔려있다.

대만 유권자 사이에 중국인이란 의식은 사라지고 대만인이란 정체성이 커진 까닭이다.

대만 정치대 선거연구센터에 따르면, '나는 대만인'이라는 의식이 지난 1994년 20%에서 2023년에는 62%로 늘었다. 반면, "나는 대만인이면서 중국인이기도 하다"는 생각은 45%에서 30%로 줄었다. 또, '나는 (대만사람이 아닌) 중국인'이란 정체성은 28%에서 3%미만으로 쪼그라 들었다.

이런 상황이 민진당 집권 8년의 피로감을 친중 성향의 국민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 못하게 했다. 대만을 힘으로 흡수하고 지배하려는 중국에 대한 저항감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셈이다.

■전쟁 경고하는 중국

그럼에도 높아지는 중국과 충돌 위험성,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의 증가 등은 대만 사회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친중적인 국민당이 이길 경우 중국과의 대화 확대를 통한 위험 축소를 공언한 만큼 안보 파장은 크지 않다.

그러나 민진당이 승리할 경우, 중국이 그대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중국측이 여러 대응 조치를 준비하고 있어 갈등·마찰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진핑 정부는 무력 사용을 통한 대만 흡수도 공언하는 등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2025년부터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전력이 중국에게 뒤쳐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중국의 완력 사용 우려를 더 높이고 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압박 카드를 벌써부터 흔들어대고 있다.

특혜관세 철폐 등 무역제재 등 경제제재, 해상 봉쇄 및 대만행 선박에 대한 해상 검사, 대만 도서지역 물동량 차단, 미사일 훈련 등 군사적 무력 과시, 대만과 외부를 연결하는 인터넷 케이블 절단 시도 등 다양한 대응 카드들을 꺼내 보이고 있다. 민진당이 승리할 경우 이 같은 카드들을 사용하겠다는 압박이다.


■비공식 대표단 파견 밝힌 미국

미국도 적극적으로 개입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총통 선거 직후 비공식 대표단을 파견할 방침이다.


익명의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는 10일 "대만 선거 이후 비공식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이라면서 "미국은 대만과의 비공식적 협력의 중요성을 총통 당선인 뿐만아니라, 다른 후보들에게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과거부터 이 같은 방문을 추진해왔다"고 전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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