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 유럽 주식 '손절'… 작년 2억弗 넘게 순매도

      2024.01.17 18:57   수정 : 2024.01.17 18:57기사원문
국내 투자자들이 경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유럽 주식에서 손 떼고 있다. 장기 저성장 환경이 이어지는 데다 기업들도 좀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저조한 첨단기술 투자, 고급인력 부족, 고령화 등 구조적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은 유럽 16개국 주식에 대해 2억1459만달러(약 2836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스위스, 노르웨이, 핀란드를 제외한 나머지 13개국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를 기록했다.
독일(1억4109만달러), 프랑스(4657만달러), 영국(2305만달러) 등의 비중이 컸다.

순매도로 전환된 2021년(2억5048만달러)과 이듬해(1244만달러)까지 합치면 최근 3년간 내다 판 주식은 4억7751만달러어치에 이른다.

유럽 경제가 구조적 부진에 빠져 있는 만큼 자칫 투자했다 자금이 오래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대다수 유럽국가 증시는 경기지표와 디커플링(비동조화)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바탕이 약한 만큼 언제든 하락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진단이다.

유안타증권 민병규 연구원은 "유럽 증시의 강세는 펀더멘털(기초체력) 지표와 차이가 크다"면서 "독일과 프랑스의 지난해 3·4분기 경제성장률은 각각 -0.1%이고, 독일의 경우 4·4분기 예상 수치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첨단산업 경쟁력이 미국 등에 비해 뒤떨어지는 데다 생산인구 고령화, 고급인력 부족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경기 회복의 장애물로 지적된다.

나이스신용평가 김석우 책임연구원은 "기술 및 자본 집약도가 높은 반도체부문은 대부분 영역에서 존재감을 잃는 중이다. 정보기술(IT)부문의 민간투자 규모도 미국·중국 대비 미미한 수준"이라며 "상대적인 저임금은 고숙련 근로자 부족으로 이어졌고, 글로벌 산업의 첨단화라는 외부요인과 결합되면서 미래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 역시 경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수입원 다변화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하면서 과거의 낮은 에너지 가격 혜택은 사라질 것"이라며 "역외수출 중 중국향 비중이 높았던 기계 및 운송장비 중심으로 위축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내에 상장된 유로스톡스 상장지수펀드(ETF)는 역성장했다. 15일 기준 5개 ETF의 합산 순자산총액은 7조360억원이다. 1년 전보다 상품 수는 1개 늘었으나 수치(9조9149억원)는 약 30% 쪼그라들었다.
'KOSEF 독일DAX'의 순자산총액도 같은 기간 7081억원에서 3245억원으로 46% 가까이 축소됐다.

투자자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준비하면서 유럽시장에 분산할 자금이 줄어드는 영향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금리인하, 양적 긴축(QT) 종료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강해지면서 주식시장이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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