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투자자 3000억 美호텔 파국..상반기 결론나나
2024.01.19 09:26
수정 : 2024.01.19 09: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총 3000억원 규모의 미국 더드루 라스베이거스 호텔 건설을 위한 중순위 대출(메자닌 대출) 관련 주간사(증권사)와 투자자간 공방이 올해 상반기에 가려질 전망이다. 3월 변론기일에 그동안 주장과 증거를 모두 정리키로 해서다.
어떤 결론이 나던지 투자자와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간 신뢰는 깨진 상황으로 여겨진다.
■법원, 해외 투자 불완전판매 누구 손 들어주나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전날 미국 더드루 라스베이거스 호텔 투자 관련 변론기일을 가졌다. 오는 3월 21일에도 변론기일을 가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그동안 주장과 증거를 모두 정리할 것을 명했다. 앞으로 한 차례 더 재판기일이 진행되면 재판부가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1심 선고 가능성이 높아지는 부분이다.
피고측은 지난 변론 기일에 김앤장, 태평양을 합쳐 100페이지에 달하는 서면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변론 기일에는 200페이지 이상으로 전해졌다.
이번 소송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3000억원을 미국 더드루 라스베이거스 호텔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 처리되면서 발생했다. 주간사가 투자자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요소에 대한 설명을 누락했다고 보고 부당이득금을 반환청구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미국 더드루 라스베이거스 호텔 시행사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일반적인 투자는 잔여재산배분권 원칙에 따라 선·중·후순위 투자자가 차례로 회수 기회를 갖는다. 이번 투자에선 투자자들이 투자금 전액을 잃었다. 투자계약 내 '부동산 소유권 양도 제도(DIL·Deed In Lieu) 조항이 독(毒)이다. DIL는 선순위 채권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양도하는 대신 채무 상환 의무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채무자인 미국 부동산 개발 투자사인 위트코프(Witkoff)는 DIL을 선언, 호텔 소유권은 도이치은행과 사모펀드 운용사 루벤브라더스 등 선순위 투자자에게 넘어갔다. 이로 인해 국내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투자금 회수 기회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 투자 관련 시니어메자닌은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JB우리캐피탈, 롯데오토리스, 펀드수익자(동양, 정보통신공제조합)이 참여했다. 주니어 메자닌에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USA, 현대차증권, 펀드 수익자(동양, 정몽구 재단, 정보통신공제회, MG손보)가 참여했다.
투자자측인 원고측은 법무법인 린이, 피고인 미래에셋증권측은 김앤장, 태평양이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NH투자증권은 법무법인 화우를, 현대차증권은 법무법인 한결이 법률 대리인이다.
■韓 기관 해외 부동산펀드 4.9兆→78.3兆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기관의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액 규모는 2013년 말 4조9000억원에서 2023년 9월 말 78조3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약 10년 동안 16배 정도가 늘어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해외 부동산 투자의 지역별 비중은 미국과 유럽 지역이 각각 58%, 23%다. 투자 자산별로 오피스(기타상업용 포함, 증권사 52%, 유럽 60%) 비중이 높았다. 해외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한국 기관의 자금 운용에 치명적인 부분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미국의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 2019년 말 13.4%에서 올해 6월 말 20.6%까지 상승했다. 미국의 뉴욕 등 대도시 평일 오피스 점유율은 50%대로 떨어졌다.
글로벌 부동산자문사 세빌스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프랑스 라데팡스의 평균 사무실 공실률은 15.1%에 달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은 14.9%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 수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2024년 이후에도 단기 리파이낸싱 관련 어려움 등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금 미회수 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동산 투자 국경간 거래 확산으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글로벌 동조화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 동향을 파악하며 국내 투자자의 투자물건에 대한 정보 집중, 모니터링 강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